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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성 선언하고 평생 홀로 사는 알바니아 여성들

파쉐 케키는 거의 60년전 남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던 날을 떠올린다. 검은 색 긴 머리카락을 뭉텅 잘라내고 아버지가 입던 바지로 갈아입은 뒤 사냥총으로 무장한 그녀는 결혼과 자녀, 그리고 성생활을 과감히 포기했다.

바리톤 목소리에 남자처럼 다리를 벌리고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올해 78세의 케키는 “당시에는 여성은 동물과 같은 종류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알바니아 여성들은 남자와 동등하거나 훨씬 힘이 세다”고 말했다.

전쟁 등으로 아버지나 오빠 등 집안의 남성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 알바니아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집안을 떠맡으면서 이처럼 처녀성을 선언하고 평생 홀로 사는 길을 택해야 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인터넷판이 알바니아 크루제 발로 25일 보도했다.

스탈린 독재시대 수십년동안 유럽에서 고립된 채 지독히 가난하고 남성위주의 사회를 이끌어갔던 과거 알바니아지만 지금은 인터넷 미팅과 MTV로 이런 전통은 완전히 사라졌다. 여자 아이들은 더이상 남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런 처녀성 선언 전통은 알바니아 북부에서 500여년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는 행동강령 ’카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눈에 따르면 여성들의 역할은 엄격하게 제한됐다.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을 유지해야만 했다. 여성의 삶의 가치는 남성의 절반정도였다. 처녀의 가치는 황소 12마리와 같았다.

처녀성 선언 여성들은 전쟁과 죽음이 창궐했던 농촌시대의 유산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처녀성을 선언하고 남성으로 변해 집안을 책임지고 무기를 지니면서 재산을 소유하고 좀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일부는 집안끼리 약속한 결혼을 피하기 위해, 일부는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처녀성 선언을 하기도 했다.

코소보 수도 프리스티나대학 성(性)연구소 린다 구시아 교수는 “처녀로 남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그들의 성징을 벗겨버리는 것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삶의 방편”이라며 “이것은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니아 문화역사학자들은 다른 곳에서는 오래전 폐기된 중세시대의 관습을 깨는 것은 알바니아의 과거 고립의 부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오늘날 알바니아 여성들의 전통적인 역할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는 “우리는 처녀성 선언 여성들을 무척 존경하며 그들의 보여준 헌신은 그들을 남성으로 생각하게 한다. 집안에 남성이 없다는 것은 오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올해 88세 된 이모 카밀 스테마는 20살 때 아버지가 죽은 뒤 처녀성을 선언하고 남성이 된 이후 집을 떠나 다른 남성들과 함께 벌목작업에 나섰다. 결혼식에서는 남성들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 처녀성 선언은 필요했고 희생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스테마는 처녀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나를 반은 여자고 반은 남자라고 할 것이다. 물론 남자가 하는 일을 다 해본 것은 아니다. 남자로서의 나의 삶에 만족했고 지금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북부 알바니아에는 이런 처녀성 선언 여성들이 40여명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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