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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진짜 노동자로 정치세력화 다시 시작할 터”
5년만에 정치무대 떠나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9대290 거대양당 체제 속 한계 느껴
국회 밖 힘모아 정부 압박 실패 아쉬움
임금 등 투쟁넘어 정치의식 교육할 터

“저는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갑니다.”

그는 처음부터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노동자’였다. 지난달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실패했다”며 민주노동당 탈당을 선언했던, 전노협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의 상징’ 단병호(59). 탈당 선언 때 그가 흘린 눈물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역시 아직 마음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탓일까. 지난 14일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늙은 노동자’ 단병호의 눈은 데꾼했다.

“4년 10개월동안의 여의도 생활을 정리하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오는 20일 단 의원은 민주노동당에 탈당계를 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여의도를 떠난다. 국회 사무실의 짐 정리도 거의 마쳤다.

“가장 아픈 기억은 비정규직법안을 막지 못한 겁니다. 노동자를 대변하겠다는 기대를 안고 국회에 들어왔지만, 국회 안에서 ‘다수의 폭력’을 깨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거대 양당체제 틈바구니에서 원내교섭단체가 없는 진보정당 의원 9명이 나머지 290명에 맞서야 했으니까요.” 수적인 열세만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도 국회 밖의 대중적인 힘을 모아 정부를 압박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나 자신부터 국회 안팎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지 못했죠.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법·제도 마련 등 원내 활동은 부끄럽지 않지만, 투쟁사업장을 돌아다니며 조직화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가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다. “외형적으로 볼 때 당원의 40%가 민주노총 조합원입니다. ‘민주노총당’이라고 불릴만하죠. 하지만 정치적 기반은 허약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노총 조합원 30%만이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습니까? 충격이었죠. 당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에만 기댄 채, 노동자들이 조합에 돌아가 당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더 열심히 뛰기로” 했다. “노동자들이 임금·고용조건 투쟁을 넘어서 이주노동자·환경문제 등 폭넓은 문제에 대해 정치의식을 깨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토론할 계획입니다.”

당장 진보신당에 합류하지는 않는다. “진보신당 참여는 아직 때가 아닙니다. 총선 때문에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문제의식이 받아들여질 조건이 아니니, 총선 뒤 제2창당 과정에서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한달쯤 편하게 사람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6차례 구속과 3년 3개월의 수배생활 등 20년 남짓한 그의 노동운동 이력 가운데, 아무런 공식직함이 없는 ‘진짜’ 평범한 노동자 단병호로 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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