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집배원 순환제 근무 도입키로
“(유토피아에서는) 하루 24시간 중 여섯 시간만 일한다. 오전에 세 시간을 일하고 두 시간 휴식을 취한다. 오후 세 시간을 일하고 저녁식사 전에 일을 마친다. 노동과 수면 이외의 시간 대부분은 지적 추구에 이용한다.”
토마스 모어가 1516년에 출간한 공상소설 <유토피아>에 나오는 얘기다. ‘Ou’는 ‘없다’, ‘Topia’는 장소를 의미한다. ‘Outopia’는 상상 속 세상에 있는 얘기라는 의미다. 유토피아에서 다뤄진 소재 모두가 역설적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역설적 상황은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이 좋은 예이다. 인력거꾼 김첨지가 손님을 많이 받아 아내가 먹고 싶어하던 설렁탕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 기분 좋은 날이 바로 병든 아내가 죽은 운수 나쁜 날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은 가슴 아픈 날을 ‘운수좋은 날’이라고 표현한 게 바로 모순이다. 토마스 모어가 제시한 ‘1일 여섯 시간 노동’도 마찬가지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왼쪽)과 김명환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이 지난 1월 17일 광화문우체국에서 노사협의회를 열고 집배원 주 5일 근무 실시를 위한 협정서를 체결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유토피아가 출간된 지 500년이 흐른 21세기 입장에서 보면 토마스 모어가 의도한 ‘역설의 묘미’는 퇴색됐다.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모순이 극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최단시간 근로 국가인 네덜란드 근로자는 일주일에 29시간을 일한다. 최고의 복지와 소득을 자랑하는 나라의 근로자는 대체로 하루에 여섯 시간 남짓 동안 일한다. 이탈리아, 호주,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 덴마크, 독일, 노르웨이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짧은 노동시간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투쟁의 결실이다. 인류의 역사는 모순 극복을 위한 투쟁 과정이다. 그렇다면 노동사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세계 최장의 노동 국가다. 2016년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은 1764시간이다. 305시간이나 길다. 이것도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에는 비할 게 못된다. 집배원의 연평균 업무시간은 2800여시간으로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일한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2017년 5월 15부터 19일까지 5일 동안 관할지역 4개 우체국 집배원들의 근무환경을 조사한 결과했다. 월평균 연장근무시간은 57시간이었다. 추석이 포함된 지난해 9월 대전유성우체국은 평균 초과노동 시간이 103.9시간에 달했다.
과로가 일상이 된 집배원 근로조건의 원인은 무엇일까. 집배원의 신분이 그 원인이다. 집배원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거기다가 송달업에 해당하는 집배원은 노동시간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분류된다. 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다. 과로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우정사업본부와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우정노동조합이 복무체계 개편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근무조건 개선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과 김명환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은 지난 1월 17일 광화문우체국에서 만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획일적으로 근무하고 토요일은 순환제로 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근무체계를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월~금요일과 화~토요일 2개 근무조로 편성해 전국 24개 우체국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시범운영은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이다.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중 샘플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시범운영 기간에 우편물 배달서비스는 종전과 동일하게 제공된다. 시범운영 중 발생한 문제점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완하고 올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출처 주간경향1262호<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