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들의 더위나기
“얼음물 한병으로 여름햇볕과 맞장떠요” 북광주우체국 김규남·김재곤 씨

▲ 이미 햇볕에 얼굴은 검게 그을렸지만, 행복을 전해 주는 집배 일에 대한 자신감으로 더위를 이겨 낸다. 북광주우체국 김규남(왼쪽)·김재곤 씨.
`마른 장마’라는 모순된 단어가 기승이다. 이어지는 습하고 더운 날씨에 `왕짜증’이다.
그렇다고 오는 여름을 건너뛰고 가을로 갈 수는 없는 법.
남구 대촌동에서 만난 농부는 “여름은 여름답게 덥고,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농작물들이 제대로 자랄 거 아니냐”고 한다.
평생을 자연과 함께 해온 이들은 다르다.
지구 온난화로 예전보다 더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 예전보다 사람들의 인내심이 약해진 건 아닐까.
방법은 더위를 피하거나 견디거나 둘 중 하나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무원들에게 좀 더 인내심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피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
사무실 근무자도, 농촌의 농부도, 그리고 집배원도 생활 현장에서 나름의 더위를 이기는 비책을 갖고 있다. <편집자 주>
한여름이지만 반팔 옷을 입지 못한다. 헬멧도 써야 하고, 장갑도 껴야 한다. 태양을 직접적으로 맞으며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 집배원들이다.
북광주우체국 김규남(50) 씨는 23년째 집배 일을 하고 있다. 운정·청풍·망월·금곡동 등 북구 외곽 지역이 담당 구역이다.
“아침 7시쯤 출근해서 우편물 분류하고 9시쯤 현장으로 나가죠. 그래서 4시 정도까지 우편물을 배달하니까 가장 더울 때 일을 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아요. 땀띠도 나고 후텁지근한 날씨에는 정말 힘들죠. 그래도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더위를 참고 이깁니다.”
그가 하루에 배달하는 우편물은 1100통 정도. 평상시에도 일이 만만치 않은데, 여름에는 더 쉽지 않다. 가장 찾게 되는 것이 물이라는데, 여름이면 얼린 물을 꼭 챙긴다. 챙겨 오지 못했거나 이미 다 먹어 버렸을 때 찾게 되는 것이 마을 회관.
”시내에서 배달하게 되면 사무실을 많이 가니까 정수기가 있어 물 먹는 게 좀 쉬운데, 시골은 어르신들이 집에 보통 안 계시고, 마을회관에서 노시거든요. 마을회관을 찾아서 물을 마시게 되죠. 어르신들이 ‘고생하네’ 하면 힘든 것도 잊혀집니다.” 때론 일을 하다가 하도 더우면 무등산 계곡 물에 세수를 하며 더위를 잊는다.
시내에서 활동하는 집배원들은 보통 정해진 장소에서 식사를 하는데 외곽 지역은 그렇지 않다.
김 씨는 “일년의 2/3정도는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식사해요. 점심을 챙겨 주십니다. 한여름에는 도시락 싸와서 정자나무 아래에서 먹기도 해요. 충효동 왕버들아래에서 먹을 때 바람도 좋고 참 꿀맛이죠”라고 설명한다.
15년 째 집배 일을 하고 있는 김재곤(50) 씨. 이미 얼굴이 검게 그을렸다.
“썬크림을 바르긴 바르는데 땀을 많이 흘려서 안 탈 수가 없어요. 우편함에 우편물 집어 넣다 손을 다칠 수가 있어 장갑을 꼭 끼는데 땀을 닦는데도 유용합니다.”
김 씨도 김규남 씨와 마찬가지로 망월, 금곡, 충효동 등 북구 외곽 지역이 담당 구역.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김규남 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참고 이기고 물 마시고, 세수하거나 그늘 아래서 잠시 쉬는 것이 전부.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장마철에 몸은 젖어도 우편물은 젖지 않게 하려고 하죠. 고객들이 기다리는 우편물을 젖게 할 순 없잖아요. 예전에는 편지로 소식을 많이 주고 받았지만 지금은 많이 변했죠. 그래도 택배 부치는 것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부탁했을 때 부쳐 드리고 하면 그렇게 고마워하세요. 덥고 힘들지만 그렇게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일이 매력이라는 생각으로 여름을 납니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출처 광주드림 조선s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