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미 우정청의 골칫거리 ‘두 낫 메일’ 법

환경단체의 두 낫 메일 캠페인 포스터.
미국 우정청(USPS) 간부라면 요즘 ‘DO’라는 글자만 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지경이다.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두 낫 메일(Do not mail) 법 제정 움직임 때문이다. 여기서 메일은 일반적인 편지가 아니라 광고우편물을 뜻한다. 번역하자면 ‘광고 우편물 발송규제에 관한 법률’쯤 되는 셈이다.
이 법안은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광고 우편물을 보내지 못하도록 제도화하는 데 입법 목적이 있다. 구체적 방식은 주(州)에서 두 낫 메일 사이트를 제공하고, 주민이 여기에 주소와 이름을 올리면 그 명단을 우체국에 알려 그 집에는 광고 우편물을 넣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광고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한 두 낫 콜(Do not call) 법에서 빌려온 아이디어다. 두 낫 콜은 소비자 권리를 가장 성공적으로 법제화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우편 분야에서도 같은 법을 만들어 정크메일의 고통에서 벗어나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인 것이다.
두 낫 메일은 우리 실정에선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우편의 국가 독점이 사실상 무력해진 상태여서 집배원이 전해주는 광고 우편물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광고 우편물이 없으니, 보내지 말라는 말도 나올 리 없다.
그러나 미국은 우편 독점을 확실히 지키는 나라다. 광고 우편물이라고 해서 민간업자가 함부로 배달할 수 없다. DM(Direct Mail) 사업자들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보낼 우편물을 대부분 우체국으로 가져간다. 미국인 가정의 우편함은 그래서 늘 광고 우편물로 가득하다. 광고 우편물이 우정청 최대 수입원 중 하나인 것이다. 그 비중이 줄잡아 연간 총수입의 3분의 1 정도. 두 낫 메일 법이 만들어지면 우정청으로선 엄청난 타격을 입는 것이다.
당연히 우정청은 법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지난 3월 이 법안을 뉴욕 주 상원에 상정하자 존 포터 총재는 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법안이 통과되면 뉴욕 주 우편물 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에도 우정청은 의회와 통하는 로비망을 총동원해 법안 저지에 나서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한다.
우정청의 총력 로비는 지금까지 성공적이다. 두 낫 메일을 의회에 상정한 18개 주(州) 가운데 통과된 곳은 한 곳도 없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여론 조사를 하면 법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0% 이상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주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다른 지역으로 봇물 터지듯 터져 나갈 공산이 크다. 끓어오르는 화산을 억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 법안은 숲의 윤리(ForestEthics)라는 환경단체가 2003년 처음 주창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가 있는 이 단체는 인터넷 홈페이지(www.donotmailus.org)에서 정크메일 때문에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며 규제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내세운 논리는 이렇다. 미국인이 받는 정크메일이 연간 1000억 통, 이를 인쇄하는 데는 650만t의 종이가 필요하다. 이 종이를 공급하려면 매년 열대림의 나무 1억 그루를 베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370만 대에서 내뿜는 배출가스가 흡수할 곳이 사라진다. 정크메일이 곧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정크메일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모두 합해보니 생애 8개월에 이르더라는 통계수치도 내놓았다.
미 우정청도 DM업자들과 손잡고 Mail Move America라는 맞대응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들은 DM은 정크메일이 아니라 소비자 정보이며, 미국 경제에 686억 달러를 기여하는 효자산업이라는 논리를 폈다. DM을 발송하는 소기업 30만 개에서 고용하는 인원이 45만 명, 여기에 연관산업의 파장까지 감안하면 310만 개 일자리가 광고 우편물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포터 총재는 “우편의 경제적 역할에 대해 국민에게 열심히 알리고 있다”면서 “우정청에 영향을 끼치는 법안을 만들 권리가 각 주(州)에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연방기관의 존재를 무력화하는 법안을 주에서 만드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말이다.
소비자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의아해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면 미국에서는 우정청의 우편 독점을 그만큼 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편을 지구상 마지막 국가 독점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뉴스메이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