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불안한 우정본부장 임기
요즘 우정사업본부에 가면 여기저기서 비슷한 말이 들린다. 기자를 붙잡고 “어떻게 될 것 같아요?”라고 묻거나 “우본을 위해 그래서는 안 되거든요. 좀 도와주세요.” 하며 난데없이 사정하는 말을 한다. 기자가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지만 “그래도 그냥 있으려니 답답해서요”라고 김모 팀장은 말한다.
이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본부장 문제다. 우정사업본부장을 2년마다 갈아치우는 최근의 잘못된 관례가 이번에도 되풀이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현 정경원 본부장은 취임 2년 만인 올 4월 옷을 벗어야 하며, 조만간 새 본부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우본은 정부 조직에서 독특한 존재다. 공무원 조직이지만 사업을 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집행기관이다. 그 때문에 우정사업을 총괄하는 본부장은 여느 기관장과 달리 공모를 통해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명된다. 계약 주체는 지식경제부(종전에는 정보통신부) 장관. 공모에 응하는 사람이 “내가 되면 이렇게 하겠다”는 식의 경영계획서를 내고, 선임되면 지경부 장관과 채용계약을 하는 것이다. 이때 채용기간은 ‘3년의 범위 내에서’ 정하도록 우정사업특례법에 규정돼 있다. 정통부는 이 조항을 ‘2년 계약에 1년 연장 가능’이라는 방식으로 운용했다. 2년의 성과를 보아 1년 더 맡길지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성과에 상관없이 좀처럼 1년 연장을 해주지 않는다는 데 직원들의 불만이 있다. 수장의 잦은 교체는 필연적으로 조직 불안과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제 2000년 우정사업본부가 출범한 이래 이교용 초대 본부장만 3년 임기를 채웠을 뿐 뒤이은 두 명의 본부장은 경영 성과가 좋았음에도 2년으로 끝났다. 이번 정 본부장은 전임자보다 더 좋은 성과를 냈다. 취임 첫해인 2007년 우편에서 1443억 원, 금융에서 1077억 원의 흑자를 냈다. 전년도에 비해 흑자 규모가 우편은 59.3%, 금융은 3.0% 늘어난 것이다. 경제난이 닥친 2008년에도 510억 원(우편 370억, 금융 140억)의 흑자를 냈다. 재임 2년간 흑자를 내 국고에 보태준 돈만 3000억 원이 넘는다. 유가는 치솟고 우편요금은 3년째 동결된 상태에서 11년 연속 흑자, 10년 연속 고객만족 1위의 기업을 지켜온 것이다.
지난 2년의 성과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어떻게든 사람을 자주 바꾸어 여러 사람에게 자리를 나눠주려는 권력의 생리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참여정부에서 기관장 연임은 없다”는 말로 무슨 대단한 원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의 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기 3년으로 못박혀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임기 중 하차가 줄을 잇긴 했지만, 공기업 사장들의 역대 평균 재임기간은 2년 1개월로 조사돼 있다(월간 <글로벌리더>). 역대 평균치가 이 정도니까 단명에 그친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3년 임기를 채우는 셈이다. 우본은 연매출 11조 원에 정규 직원만 3만5000여 명이다. 이 거대 기업의 총수가 2년 단명에 그친다면 아무래도 불합리하다.
우정사업에서 외국의 사례로 우리가 가장 참고할 만한 나라는 미국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정사업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 외에 미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정청장(USPS)은 임기가 따로 없다. 존 포터 현 청장은 2001년 6월 임명돼 8년째 재직하고 있다.
우정청장 선임은 기업의 이사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우정사업집행이사회(Board of Governers)에서 한다. 이사회는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거쳐 임명한 이사 9명으로 구성되며, 이들의 임기는 7년이다. 이들이 우정청장의 임면권을 갖고 있어 여기서 잘한다고 판단하면 무한정 계속하는 방식이다.
우리도 미국의 우정사업집행이사회와 유사한 조직이 있다. 우정사업운영위원회(위원장 박완규 중앙대교수)가 그것이다. 민간위원 9명에 정부 관계자 3명을 더해 1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위원은 지경부 장관이, 위원장은 대통령이 위촉한다. 위원회에서 하는 일도 미국의 집행이사회와 거의 같으나 결정적으로 다른 게 우정사업본부장 선임권이 없다는 점이다.
모양새는 미국식이 더 선진적이다. 하지만 사업의 토양과 조직문화가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해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정사업을 총괄하는 본부장이 2년 단위로 바뀌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점이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2009 02/17 위클리경향 81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