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경쟁으로 시장 왜곡” 우본 민영화 논란 재점화
각종 특혜로 민간업체 피해
새 정부 출범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거대 공기업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의 민영화 논의가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계기로 재점화하고 있다. 우본이 택배업 진출이후 불공정 행위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 것. 이에 대해 물류업계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던 만큼 이번 기회에 우본의 민영화를 공론화 할 조짐이어서 주목된다.
새 정부 출범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거대 공기업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의 민영화 논의가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계기로 재점화하고 있다. 우본이 택배업 진출이후 불공정 행위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 것. 이에 대해 물류업계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던 만큼 이번 기회에 우본의 민영화를 공론화 할 조짐이어서 주목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수석연구원은 지난 6월18일 택배산업 경쟁력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우체국택배가 인력과 차량운영, 가격결정 등에서 정부의 특혜로 민간업체와 대등한 조건으로 경쟁을 하지 않고 있어 전체 택배시장이 피해를 보고 있다 며 해외의 경우처럼 민영화를 통해 공정경쟁을 유도,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 서비스 성격이 짙은 우본의 민영화가 요금인상과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우려도 있어 현 시점에선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우본의 민영화 논란, 근본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우편·예금사업 수익률 급추락=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메뉴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초 대대적인 민간기업과 중복되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의 민영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인수위시절부터 추진해 왔던 상수도사업 민영화 발표이후 하루 물값 14만원 이란 수돗물 괴담이 떠돌면서 새 정부 출범 후 3개월 만에 의욕이 꺾여 공기업 선진화 정책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정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특히 요금인상과 고용불안, 민영화에 따른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증시침체로 자금조달 주체를 찾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당초의 취지도 크게 퇴색된 상황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국가재산이나 공기업 매각, 공공서비스 계약에 의한 민간 위탁으로 정부의 규모와 역할범위를 축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업 민영화는 지난 1968년 박정희 정부를 시작으로 1998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다 10년간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공기업은 신의 직장 으로 불리며 비율효적 규모 확대와 방만 경영으로 민영화를 통한 혁신을 요구받아 왔다. 2002년 말부터 2007년까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253개에서 298개로 증가했으며, 인원은 19만1000명에서 25만9000명, 예산도 206조원에서 338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반해 전체 공공기관 당기순이익은 2003년 말 31조원에서 17조원으로 줄었으며, 2007년 말에는 세 곳 중 한곳이 적자를 냈다. 하지만 경영수지는 우편사업의 경우 2007년 1443억원에서 2008년 399억원으로 72%가 하락했으며, 예금사업 역시 같은 기간 1077억원에서 86.63%가 감소한 144억원으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본 정인철 주무관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금융계의 수익하락이 불가피 했던 만큼 큰 폭의 수익하락은 경영 문제라기보다 외부 요인 때문 이라고 말했다.
◆우체국택배 특혜가 논란의 시발= 우정사업 민영화 논의가 물류업계에서 재 부상하는 배경은 우체국택배 출발이 공공성 보다 우정사업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었다는데 있다. 우본은 민간 택배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문전(Door To Door)서비스로 고객 편의성이 높아지자 기존 창구 접수 소포사업이 위축돼 1999년 8월 방문소포를 시작으로 택배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인터넷 발달에 따른 우편물 감소로 하락한 수익을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민간 택배업계의 지적이다.
업계는 공공의 서비스로 공기업을 표방한 우본이 자체 수익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후발업체이면서도 대형 인프라와 공신력을 앞세워 저가로 시장점유율을 늘려 온 점, 정부 예산으로 대규모 시설을 확충하고 인력을 활용해 온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또 민간업체가 따라갈 수 없는 우월적 공신력으로 불공정 경쟁을 불러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보고 있다.
연간 매출 2조5000억원의 택배시장에서 우체국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9~10% 정도다. 문제는 각종 특혜로 민간업체보다 월등히 우월한 가격경쟁 구조를 갖고 있어 시장을 왜곡한다는데 있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지적했다.
예를 들면 지난해 말 우체국택배 배송직원은 1만6000여명에 달하지만 택배시장 상위 1~3위 민간업체의 정규직 배송사원은 모두 합쳐 5000명에도 못 미쳐 서비스의 질을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다. 또 120년간 공공기관으로 쌓아온 브랜드 파워 역시 엇비슷한 서비스 현실에서 손쉽게 고객몰이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우본 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공해 온 소포서비스를 트렌드가 변해 방문소포로 바꾼 것뿐인데 무슨 불공정 행위냐 는 반응이다. 하지만 업계는 방문소포와 창구접수는 큰 차이가 있으며, 출발 자체가 다른 만큼 민영화를 통해 동일 선상에서 공정 경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예를 들어 시장에서 같은 업종의 경우 민간업체와 대등한 조건에서 자율적인 시장경쟁을 하도록 이미 우편과 금융을 분리해 우정사업을 민영화 했으며, 미국 우체국의 경우 일반 우편서비스 범주를 벗어난 사업은 지양하고, 우편물만을 공기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간업체와의 경쟁이 심한 수도권 및 도심에서 우본의 택배업은 제한하고, 산간벽지 등 정부의 서비스가 필요한 지역에 한정해 허용하는 방안이 우선 실시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일정 중량 미만의 소포만 취급하도록 무게 제한을 가하는 등 서비스 상품 제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정사업 민영화 설득력 있나= 1968년 이후 5차례 걸쳐 이루어진 공기업 민영화는 대기업 특혜시비, 임직원과 노조 등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 정부의 신념과 정책추진의 일관성 부족 등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우본을 포함한 대다수 공기업이 민영화 과정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은 요금인상과 고용불안, 경제력 집중, 그리고 과연 거대 공기업을 인수할 자금동원이 현 상황에서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물론 우정사업이 민영화될 경우 택배요금 인상은 필연적이며, 4만 여명의 직원들에 대한 고용불안도 불가피하다. 또 민영화로 탄생한 거대 물류기업의 경제력 집중도 우려된다.
우본 남궁민 본부장은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추진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입장을 밝히긴 적절치 않다" 며 "민영화는 지금 해도 실익이 없을것" 이라고 밝혔다. 남궁 본부장은 "민영화될 경우 도서지역 등 시골 우체국 유지가 가능할까 의문" 이라며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으니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는지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 고 했다.
또 우본은 공익적 성격이 크고, 흑자는 모두 국가예산으로 귀속되고 다시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만큼 민간기업과의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얼마든지 대책마련이 가능한 부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14년간의 중장기 계획아래 우편과 금융 사업을 분리, 민영화를 이뤄냈다. 우편사업은 부분 민영화를, 금융은 정부의 지급보증과 면세 등의 특혜를 모두 없애 공정 경쟁조건을 만들었다. 가장 우려했던 고용불안은 임직원들의 반발을 조기에 해소함으로써 무리 없이 진행됐다.
독일 우정청 (DPWN) 역시 7년의 준비기간과 이후 10년에 걸쳐 일반 우편서비스는 유지하면서 경영합리화를 통해 요금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민영화에 성공, 세계적 물류그룹으로 성장했다. 특히 독일은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무리 없이 인원을 감축하고, 자연감소 직원에 대한 신규채용은 하지 않으면서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매년 1만명씩, 15년 간 14만명을 줄였다.
미국의 경우도 2000년부터 우편사업이 적자로 돌아서자 우편사업 독점권을 명확히 명시하고, 서비스 범위를 축소해 일반 우편 서비스 범주를 벗어난 사업은 진출을 제한하고, 우편물만을 공기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민간 업계에서는 독일, 미국, 일본처럼 도서지역과 민간 택배업체들의 네트워크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공기업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민영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우본의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서 제기하는 불공정 경쟁부분은 공기업으로 공익성을 최우선하는 만큼 이를 하나하나 시비해 민영화 하라는 논리는 명분이 떨어진다 며 현재 예산 집행, 투자 등이 모두 철저한 심의를 거쳐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다 고 전했다.
지난해 우본은 우편사업과 금융 모두 큰 폭의 수익률 하락을 기록했으나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우편물량이 급격히 줄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운영경비 중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보다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체질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택배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라도 보다 심도있는 우본의 민영화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세계일보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