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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집배원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집배원.jpg

 "글쎄 무어라 바꿔 부르면 좋을까.”


집배원의 새 이름을 공개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생각이다. 우체부? 우편배달부? 배달부? 입 안에서 몇몇 단어가 맴돌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명칭은 좀처럼 안 떠오른다. 하긴 그러니까 우정사업본부도 공모를 하게 되었겠지 싶다.

 

집배원은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해 온 명칭이다. 125년의 역사를 가진 직업명인 셈이다. 그런데도 세간에서는 집배원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딱딱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편지를 모아서(集) 배달한다(配)는 직업적 성격을 명확히 반영한 명칭이긴 하지만 정부 용어라 그런지 친근감을 못 느끼는 것이다.

각종 기록에 따르면 우편제도가 도입된 초창기에는 집배원을 체부(遞夫), 체전부(遞傳夫), 분전원(分傳員), 우체군(郵遞軍)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1906년 발표된 한국 최초의 신소설 <혈의 누>에 “누구더러 이 녀석 저 녀석 하오? 체전부는 그리 만만한 줄로 아오”라는 대목이 나오고, 1936년 김유정의 <동백꽃>에 “체부가 잘 와야 사흘에 한 번밖에 들르지 않는 것을”이라는 구절이 보이는 게 그 예다.

 

현대에 들어와선 우편배달부 또는 우체부란 명칭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가수 남인수는 <향기 품은 군사우편>에서 “전해주는 배달부가 사립문도 못 가서”라고 노래했고, 문정희 시인은 <가을우체국>에서 “때론 시인보다 우체부가 좋지”라고 읊조렸다. 지난해 말에는 원로시인 문덕수 선생이 470행의 장시 ‘우체부’를 월간 시문학에 두 달에 걸쳐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 시에서 문 시인은 “고무줄처럼 늘어져도 나긋나긋 끊이지 않는/우체부 ‘가방’ 하나 달랑 달렸네…”라고 썼다.

 

사람들이 집배원이란 명칭보다 우체부를 더 좋아한다는 것은 책 제목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우체부’를 제목에 사용한 책은 ‘우체부 프레드’ ‘우체부 아저씨와 비밀편지’ ‘우체부가 사라졌어요’ ‘우체부 파울 아저씨’ ‘고양이 우체부의 비밀’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집배원’이 제목에 들어간 책은 ‘작은 마을의 집배원’ ‘행복을 나르는 집배원’ 등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다.

집배원이라 하면 소통이 어려운 때도 있다. 경북 포항우체국의 양용수 집배원은 “편지를 배달할 때 초인종을 누르고 ‘집배원입니다’고 하면 금방 알아듣지 못하는 분도 있으나 ‘우체부입니다’라고 하면 100% 알아듣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명칭을 바꾸자는 취지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따라가자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불러주는 게 기본 원칙이다. 직업명이 사람 이름과는 다르다 해도 가능한 한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감안해서 불러주는 게 사회적 예의다. 우체부가 사람들 귀에 익숙해 있긴 하지만 일부 집배원들 사이에서 ‘~부’라는 명칭이 낮춤말처럼 느껴진다며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집배원 명칭을 놓고 우정사업본부가 고민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에도 대국민 공모를 했고, 2005년과 올해 초에는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모집을 한 적이 있다. 대국민 공모 때는 ‘우편정보원’ ‘우정원’ ‘지역통신원’ ‘까치아저씨’ ‘우편통신원’ 등 5개 명칭이 당선작으로 결정됐으나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집배원을 대체할 만큼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명칭 변경은 하지 않았다. 최근 내부 공모에서는 ‘1004 우체부’ ‘감동전령사’ ‘나눔원’  ‘행복메신저’ 등의 명칭이 새로이 제기됐으나 모두가 공감할 만한 단일안이 나오지 않아 국민 공모를 하게 됐다.

 

집배원 새 명칭 공모에 응모하려면 10월20일까지 우편이나 인터넷에 접속해 써내면 된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명칭을 제안한 사람이 여럿인 경우 가장 먼저 응모한 사람, 즉 선착순으로 가린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최우수작이 아닌 당선작은 복수제안자 가운데 추첨으로 결정한다. 최우수작 1명에 대해 상패 및 상금 100만원, 우수작 4명에 상금 각 50만원, 참가상 20명에 각 5만원 상당의 상품을 준다.   


이종탁<출판국 기획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2009 10/13   위클리경향 8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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