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콧구멍에서 마늘씨 빼먹는 정부
전남 신안군은 모두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곳이다. 1004개라는 섬의 숫자에다가 천사들이 살만큼 예쁜 곳이라는 의미를 더해 신안군은 ‘천사의 섬’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지난 여러 날 동안 신안군의 섬들을 쏘다녔다. 남도의 섬은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푸근했고, 음식은 혀에 감겼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건 조그마한 여객선이다. 오전 6시를 조금 넘긴 이른 아침, 도초도 화도 선착장에서 우이도행 여객선을 탔다. 177톤짜리 작은 여객선은 다도해의 절경 사이를 느릿느릿 지난다. 전기장판을 깔아놓은 객실 바닥은 군불을 잔뜩 지핀 사랑방처럼 뜨끈뜨끈하다. 승객은 모두 세 명뿐이다. 한 분이 우체국 마크가 찍힌 점퍼를 입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아줌마 집배원이었다.
아줌마 집배원은 일주일에 세 번씩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섬을 돈다고 했다. 편지와 신문, 그리고 택배 물품을 주민들에게 전해주고 또 수거하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했다. 세상과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하는 섬 주민들에게 외부와의 소통을 매개해 주는 고마운 전령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우편물 배달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예산절감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한다.
“전에는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돌았는데 지금은 주 3회만 돌고 있어요. 섬 주민들에 대한 우편 서비스가 그만큼 줄어든 거지요.”
대부분 노인들인 섬 주민들에게 집배원은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끈이다. 뭍에 있는 자식들의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날라 오고, 도시의 친지나 고객들에게 섬의 특산품을 보내는 메신저이기도 하다. 매일 들르던 집배원이 갑자기 이틀 혹은 사흘에 한 번씩 오기 시작했다. 뭍으로부터 신문이나 잡지, 혹은 일상용품 등을 들여올 때도 시간이 두 세 배 이상 걸리게 된 셈이다. 한 마디로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 것이다.
섬에 사는 국민들이라고 해서 불편한 체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섬마을 우편 서비스를 줄임으로써 절약하게 되는 예산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바다의 고기는 자꾸 마르고, 기름값은 마냥 오르면서 출어를 하는 것 마저 부담스러워진다는 게 어민들의 걱정이다. 자꾸 팍팍해지는 생활을 견디기 어려운 주민들은 섬을 떠난다. 곳곳에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다. 섬을 지키는 노인들은 매일 오던 우체부가 하루 혹은 사흘 건너와도 항의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소외받는 도시의 소외계층은 광장에 모여 시위라도 하지만 외딴 섬에 사는 저들은 그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묵묵히 견딜 뿐이다.
문둥이 콧구멍에서 마늘씨를 빼먹는다고 했던가. 이명박 정부가 소외계층 예산을 야금야금 줄이는 꼴이 꼭 그 모양새다. 노인과 장애인, 빈곤 아동, 불우 청소년 예산을 줄이거나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 1% 부자들을 위해 종부세와 소득세, 법인세 등을 완화해 3년간 100조원을 감세해주고, 몇몇 건설업체들의 금고로 대부분 쏟아져 들어갈 게 뻔한 4대강 사업 예산 22조원을 조달하기 위해서 서민들의 마른 주머니를 쥐어짜고 있는 셈이다.
내년도 복지 예산 항목을 들여다 보면 소외계층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인색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여당은 “사상 최대 규모인 81조원 규모”라고 허풍을 떨지만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은 되레 줄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박상주 논설위원
특히 저소득층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내년 예산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허윤정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6802억원(8.5%) △청소년 복지 28억원(33.4%) △저출산 대응 및 인구 정책 지원 109억원(25.7%) △공공보건의료 확충 628억원(37.9%) 등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부자감세나 4대강 사업 규모에 비한다면 시쳇말로 ‘껌 값’도 안 되는 규모의 예산들이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에겐 참으로 야박한 정권이다. 서민 콧구멍에서 마늘씨마저 빼먹는 정권이다.
[바심마당] 박상주 논설위원
-출처 미디어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