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 흑자경영 수익 고스란히 국고에 보태
"지난해 사업을 해서 1300억원 남겼습니다. 올해는 1100억원 흑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궁 민 우정사업본부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2010년도 우정사업 경영목표다. 지난해에 이어 13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흑자 내역을 부문별로 보면 우편에서 200억원, 예금에서 360억원, 보험에서 550억원이 각각 잡혀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번 돈은 어디에 쓰일까. 기업이라면 주주들에게 배당하거나 내부에 쌓아 두고 경영상 필요한 곳에 재투자한다. 직원 월급을 올려 주기도 한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공기업 성격의 정부기관이다. 주주는 곧 국민이다. 달리 배당할 곳도 없고, 직원 월급을 민간기업처럼 올려줄 수도 없다. 흑자가 나면 기본적으로 국고에 들어가도록 돼 있다. 우체국이 돈을 많이 벌수록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는 구조다.
적자가 나면 어떻게 될까. 우정사업본부가 옛 정보통신부에서 분리돼 독립적인 사업 조직이 된 뒤 적자를 낸 적은 없다. 우편사업 부문에서 적자가 난 적은 있지만 예금 부문의 흑자로 상쇄해 전체적으로는 늘 흑자였다. 그러나 사업은 여러가지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언제든 적자가 날 수도 있다. 그 적자를 국고에서 메워 줄까? 얼핏 생각하면 흑자액을 국가가 거둬가는 만큼 적자도 메워 줘야 이치에 맞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적자가 나면 땅이나 건물 같은 자산을 처분하는 등 방법으로 충당하도록 돼 있다.
우체국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이 오해하는 게 있다. 우체국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믿는 것이다. 인터넷에 가끔 보이는 우체국에 대한 항의 글을 보면 “내가 낸 세금으로 이런 우체국 직원들 월급 준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는 식의 문장이 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체국 직원 월급은 국민세금에서 주는 게 아니다. 우체국이 사업을 해 번 돈으로 지급된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보면 우체국의 주인이 국민이니까 그렇게 뭉뚱그려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세금으로 마련되는 정부의 일반회계에는 우체국 직원 월급이 한 푼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일반인이 우체국에 대해 오해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우리의 우정사업본부에 해당하는 미국의 우정청(USPS)은 보도자료를 낼 때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반드시 명기한다. “우리는 세금을 받지 않습니다. 우표 및 우편서비스 판매 수입에 의존합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우체국이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미국에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USPS는 실제 펑크난 예산을 재무부에서 꿔서 메운다. 매년 몇십억 달러를 꿔 오다 보니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누적적자는 100억 달러가 넘는다. USPS가 미국 사회에서 미운 오리새끼가 된 까닭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우정사업본부는 효자기업이다. 매년 몇백억원을 국고에 보태 준다. 올해에도 지난해 흑자 1300억원 가운데 가입자 자산이라 할 보험 부문 흑자를 뺀 740억원쯤을 일반회계에 보태게 된다. 이를 합치면 지금까지 국고에 넣은 돈은 9000억원이 넘는다. 국민세금을 끌어다 쓰지는 않고 세수에 보태 주기만 하니 정부로선 이보다 더 기특할 수 없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로서는 당연히 불만이다. 흑자를 국가에서 다 가져가면 미래를 위한 시설투자나 신기술 도입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또 허리띠를 조이고 조여서 흑자를 낸 만큼 그에 상응해 직원들 사기도 진작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런 불만에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하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근거가 될 만한 사회적 조사도 없다. 다만 우편요금이 외국에 비해 매우 싼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편지 한 통 부치는 데 드는 요금 250원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며, 그나마 4년째 동결돼 있다. “싼 요금을 받고도 많은 이익을 남겼으면 잘한 것 아니냐”는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의 정서는 이런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jtlee@kyunghyang.com>
-출처 2010 02/09ㅣ위클리경향 86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