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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체신청이 뭐하는 데예요?

 

“그래 신랑될 사람이 어디 다닌다고?”
“체신청 공무원이에요.”
“체신청?, 옛날에 체신부는 있었던 것 같은데….”
“체신부는 오래전에 없어졌고요, 우체국 있잖아요? 그 우체국 위에 있는 데가 체신청이에요.”
“그래? 좋은 직장이네. 그럼 우표도 거기서 만들어?”
“아, 아뇨. 우표는 우정사업본부라고 체신청 위에 있는 곳에서 만들어요.”

지난 2월 대구시 동구 입석동에 완공된 경북체신청 청사.경북체신청.jpg


체신청 직원과 결혼을 앞두고 시골에 인사를 드리러 간 젊은 여성이 고모부와 나누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 우체국 위에 체신청, 체신청 위에 우정사업본부가 있다는 것을 알 리 없는 어른에게 신랑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려니 쉬운 일이 아니다. 하긴 특별히 우정사업과 관련이 있지 않다면 이 촌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가 우정 행정기관의 복잡한 체계를 알고 지낼 것인가.

사람이든 기업이든 네이밍(이름 짓기)은 중요하다. 알기 쉽고 부르기 쉬우면서 정감있는 이름을 갖느냐 못갖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이미지, 나아가 사업의 성패에도 영향을 미친다. 네이밍의 대상이 행정기관이라면 감안해야 할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수용자가 한 번 들었을 때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단박에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체신청은 문제가 있는 명칭이다. 국가기관인데도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오래전에 체신부란 이름이 없어진 뒤로는 이름을 들어도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체신청이란 이름은 체신부 시절의 용어다. 따지고 보면 역사적 연원이 오래된 이름이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체신국이 1948년 체신부로 바뀔 때 지방 본부를 체신청이라 한 게 시작이다. 그후 체신부는 1994년 정보통신부로 개칭됐으나 지방본부 명칭은 그대로 유지됐고, 2000년 정통부 우정국이 우정사업본부라는 이름으로 떨어져 나올 때도 이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정통부가 없어지면서 우정사업본부는 지식경제부 소속으로 바뀌었다. 지경부-우정사업본부-체신청-우체국으로 이어지는, 이름만 들어서는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연결 구조가 된 것이다.

지경부로 소속 변경이 이뤄지면서 체신청은 정통부 시절에 보던 ‘전파 및 정보통신’ 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로 넘겼다. 체신이란 명칭에 담겨 있는 기능 가운데 하나인 전신 업무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니 체신청이란 이름은 더더욱 안 어울리는 모양새가 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출범 10주년(7월 1일)을 앞두고 기업이미지(CI) 변경과 함께 체신청의 명칭 개칭을 검토하고 있다. 체신청 직원이 결혼에 앞서 배우자쪽 집안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판이니 개칭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1959년 출범해 지금까지 본디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는 체신노조(집배원 노조)도 체신청 개명에 동의했다고 한다.

문제는 대안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안은 ○○지방우정청, ○○지방우정사업본부, 우체국 ○○본부 등. 이 가운데 지방우정청은 우정청 본청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 내에서 인정받기 어렵고, 지방우정사업본부는 본부와의 조직 연계성은 높지만 명칭이 너무 길어 부를 때 부담을 준다. 우체국 ○○본부라고 하면 고객에게는 쉽게 들리지만 위상이 격하되는 인상을 줘 내부 직원들이 불만스러워 한다는 문제가 있다. 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는 것, 즉 우정사업본부를 우정청으로 바꾸면 많은 문제가 쉽게 해소될 텐데 이게 풀리지 않으니 배배 꼬여 있는 셈이다.

 

체신청의 명칭 변경은 법령 개정 사항이다. 법을 바꾸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간판을 바꾸는 데 따르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명칭에서 오는 혼동을 해소하고 일관성과 통일성을 지니게 된다면 상쇄하고도 남을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정사업의 이미지와 생산성을 높여 국가에 득이 될 수 있다. 출범 10주년이라는 계기가 왔을 때 적극 추진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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