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증대" "공적기능 훼손" 우정 공사화 '이해득실'
인력 감축…체신노조 반발, 우편요금 인상…서민 부담
인수위-우본 로드맵 충돌 속 독점면허 등 보완대책 필요
우정사업 공사화는 득일까, 실일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정사업의 공사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재 우편, 금융업무를 담당한 우정사업본부(우본)를 단계적으로 공사화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고용 불안을 우려한 체신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사화 로드맵
인수위는 아직까지 뚜렷한 공사화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21일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우정사업본부를 지식경제부에서 관할하며 단계적인 공사화를 밟겠다는 방향만 언급했을 뿐이다. 우본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공사화 계획을 정보통신부에 보고했고, 같은 내용이 인수위에 전달됐다.
보고안은 우정청 승격 후 2012년까지 정부가 100% 지분을 갖는 지주회사 형태의 공사로 출범한 뒤 금융사업 지분 일부를 나눠서 매각하는 일본식 모델을 따르고 있다. 이 경우 지주회사는 배달 등 물류업무를 관장하는 우편회사, 현재 우체국 인력을 그대로 떠안아 우편물 접수 등을 맡는 창구회사, 예금 및 보험회사 등 4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인수위는 우정청 승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공사화의 장점
우선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 양성을 통해 비용 대비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금융의 경우 대출업무 등이 가능해져 수익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우본은 공무원 특성상 금융, 우편을 이동하는 순환보직제를 택하고 있어 물류전문가, 금융전문가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그러나 체신노조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사실 우정업무의 민영화 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4년 공사화를 추진했으나 요금 인상과 체신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백지화됐고, 결국 2000년 우정사업본부라는 희한한 체제로 출범하게 됐다.
공사화의 문제점
공사든 민영기업이든, 기업 형태를 갖추면 법인세 등을 내야 하므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우편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도서산간 지역 등은 배달을 기피하거나 비싼 요금제를 택할 수 있다. 우편 업무가 보편적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편료 인상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다.
대안은 있다. 유럽의 독점 면허제다. 영국 등은 우정공사에 보편적 우편 업무를 독점할 사업면허를 부여했다. 즉, 중량이나 요금을 기준으로 정한 보편적 우편물에 대해선 국가가 지분을 갖는 우정공사에서 독점하는 구조다. 대신 우정공사는 의무적으로 도서산간 지역까지 우편배달을 해야 하며 보편적 우편물 요금은 정부 허락 없이 올릴 수 없다. 중량과 기본 요금을 초과하는 우편물은 택배 등 민간업체들이 취급할 수 있다. 대신 이들이 보편적 우편물 업무까지 대행하지 못하도록 별도 규제기관을 둬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우본을 공사화하려면 보편적 우편 업무 취급 방법과 규제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해외 사례
우본이 벤치마킹한 일본은 2000년에 우정성을 총무성으로 통합한 뒤 2003년 공사로 전환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4년 민영화에 반대하는 중의원을 해산하는 강수를 둔 끝에 민영화 계획을 수립, 2010년까지 공사를 증시에 상장하고 2017년 금융 분야의 지분을 대부분 민간에 매각할 계획이다. 중국도 일본 모델을 따르고 있다.
독일과 네델란드는 지주회사 형태의 공사로 전환한 뒤 지분 50% 이상을 민간에 매각해 가장 민영화가 많이 된 사례로 꼽힌다.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도 1987~2001년 지주회사 형태의 공사로 전환해 국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미국은 우편 사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국가다. 보편적 업무는 국가가 관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우정청은 금융업무를 취급하지 않는다.
우정사업을 100% 민영화한 국가는 아직 없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안명옥 주임연구원은 “우정사업을 공사화하거나 민영화하려면 보편적 우편서비스를 위한 독점 사업권 보장 및 규제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 경우 사업기관과 규제기구를 별도로 둬서 보편적인 우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한국일보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