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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의 전령→택배인력'..설 앞둔 집배원들


집배원들 격세지감

편지를 가득 넣은 큰 가방을 메고 멀리 지인으로부터 온 소식을 집집마다 전해주던 '집배원 아저씨'는 이제 우리 주변에 없다.

전화, 인터넷 등 편리한 통신 기술의 발달로 편지를 쓰는 사람이 없는 시대, 그들은 각종 고지서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발송한 상품을 전달해주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한해 중 택배 주문이 가장 많다는 설을 일주일 앞두고 만난 황성화(42.부산 동래구 명장2동 담당) 집배원은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를 보면 반가워하면서 먼저 인사를 거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화장실 좀 쓰자는 부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집배원 자전거 소리만 나도 대문 밖으로 뛰어나와 보던 사람들이 우편배달원에 손에 편지가 아닌 달갑지 않은 고지서가 주로 들리기 시작하면서 여간해서는 문 조차 열어주지 않게 됐다.

"영세한 지역은 세금이나 각종 대금을 내라는 고지서를 더 싫어해요. 법원에서 나온 독촉장을 들고 갔다가 용 문신을 한 수신자가 '받지 않겠다'며 폭력을 휘두른 적도 있고 풀어놓은 개에 물린 적도 있죠. 저희는 배달을 안 할 수도 없는데.."

사람들에게 반갑지 않은 우편물을 전달하는 것도 고역이지만 나날이 증가하는 택배 업무를 감당하는 일도 녹록지 않다.

2일 부산체신청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설 소포우편물(택배) 처리량은 2006년도 203만개, 2007년 249만개, 2008년(예상) 294만개로 연평균 21.9%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산 남구 대연5동에서 10㎏ 이상 물품 배송을 맡고 있는 정모 집배원은 "새벽 5시에 나와 1분1초도 버리지 않고 뛰어도 10시에 퇴근한다"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하기도 했다.

택배 홍수.jpg
설 대목 맞아 우체국 택배 '홍수'

황성화 집배원은 "설, 추석을 앞둔 한달은 주말을 반납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해야 한다"며 "한 사람이 하루에 택배 150개 가량을 배달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점심을 거르거나 빵, 자장면으로 끼니를 5∼6분 안에 때우고 일을 한다"고 전했다.

요즘은 작은 불만에 대해서도 인터넷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는 이용자가 있고 우체부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 특정한 시각에 물건을 갖다 달라고 요구, 동선을 갑자기 바꿔야 하는 경우도 많아 근무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늘었다.

황 집배원은 "우체부로 19년 일하면서 허리 병 때문에 이틀 병가를 낸 것 외에는 휴가를 가 본 적이 없다"면서 "집에 가면 아이들이 '아빠, 오랜만이에요. 주무시러 오셨어요'라고 인사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최근 새 정부의 '작은 정부론'에 따라 언급되고 있는 우정사업 민영화에 대해 "국가가 운영하니까 수익이 나지 않는 섬, 오지마을, 도시 변두리까지 택배나 편지를 배달하고 있는데 민영화가 추진되면 집배원 수가 줄고 '돈'이 되지 않은 곳에 우체부를 보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집배원은 "최근 우체부 20∼30%를 감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3∼4년간 정규직 채용이 줄고 위탁이 늘어 노동강도가 세졌지만 공무원이라는 사명감으로 견뎌왔는데 민영화로 묵묵히 일해온 집배원들이 잘려나가고 비정규직이 늘면 사명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출처(부산=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hellopl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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