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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꿈과 사랑의 메신저 산타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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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들의 선물을 몰래 갖다놓은 적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두 아이에게는 능청을 떨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산타를 믿는지 궁금했다. 반응을 보니 둘 다 철석같이 산타가 준 선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게 알고 고무돼서 물었다. 네가 변신로봇을 제일 갖고 싶어 하는 걸 산타할아버지가 어떻게 알았을까. 큰놈이 대답했다. 아빠가 산타로 변신했잖아요.

 
연말까지 전국 9개 산타우체국을 이용하면 다양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접할 수 있다.
내가 언제부터 산타를 믿지 않게 되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아련한 추억의 편린만 남아 있을 뿐이다. 선친께서 크리스마스 선물 자체를 할 줄 모르시는 분이라 우리 집에 산타가 다녀갈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거리에 징글벨 소리가 들리던 즈음에 집배원 아저씨가 찾아왔다. 부리나케 나가보니 형이 보내준 어린이 잡지였다. 그 소포를 껴안고 온 방과 집 주위를 팔짝팔짝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해부터 크리스마스 때면 집배원 아저씨의 “소포요”라는 목소리를 귀가 빠지게 기다리곤 했다. 얼마나 바랐던지 환청을 듣고 문을 박차고 뛰어나간 적도 있었다.

 

어린이에게 산타는 꿈이자 소망이다. 산타의 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아이의 장래를 밝혀줄 등불이 될 수도 있다.(내가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배경에는 형이 선물한 어린이 잡지가 알게 모르게 작용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아이들에게 좀 더 멋지게 산타 역할을 해주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녀가 ‘진짜’ 산타로부터 직접 선물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될 것이다. 뜻밖에도 그 방법은 간단하다. 우체국을 이용하면 된다. ‘사랑의 산타우체국’을 운영하는 지역이라면 12월 21~22일 해당 우체국에 카드나 선물을 접수하면 12월 22~23일 산타 옷을 입은 집배원이 직접 배달해주기 때문이다.

 

산타우체국은 지난 12월 12일부터 연말까지 전국 9개 우체국에서 운영된다. 서울중앙우체국을 비롯해 의정부·창원·공주·북광주·서대구·정읍·원주·제주우체국은 이 기간 중 ‘산타의 집’으로 변신한다. 우체국 안과 밖이 산타마을로 꾸며지고 직원들은 산타 모자와 산타 옷을 입고 고객을 맞이한다.

특히 어린이가 가면 산타 복장을 한 도우미가 편지나 소포를 접수해준다. 우편물에 산타 스탬프를 찍어 발송할 수 있고, 산타와 기념촬영도 가능하다. 산타와 찍은 사진을 ‘나만의 우표’로 만들 수 있고, 운 좋으면 근사한 선물도 받게 된다. 요술 풍선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체험, 콘서트, 전시회, 공연 등 각 우체국마다 벌이는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의정부우체국과 공주우체국 등에는 시간여행 이벤트도 있다. 1년 후에 배달되는 타임캡슐 우체통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새해 각오를 담아 자기 자신에게 보낼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 친지, 연인에게 지금의 진솔한 마음을 남길 수 있다. 내년 이맘 때 수취인이 1년 전 과거에서 온 당신의 편지를 받는다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12월 22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 산타집배원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산타집배원 발대식을 연다. 전국에서 온 산타집배원이 산타 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며 시가행진도 벌인다. 이날 홍 장관도 산타 옷을 입고 산타집배원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쌀, 생필품 및 학용품 등을 직접 전달한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과 같은 어려운 이웃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일은 ‘사랑의 산타우체국’의 핵심 행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5년부터 운영한 산타우체국은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다. 산타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들어와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어른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면 이미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린이와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꿈의 메신저로서 산타는 여전히 살아 있고, 앞으로도 살아 있어야 할 것이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2011 12/27ㅣ주간경향 9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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