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28년 만에 바뀐 우편요금체계
2013 08/13ㅣ주간경향 1038호
지난 8월 1일부터 우편요금이 올랐다. 통상우편을 기준으로 국내(25g 기준)는 270원에서 300원으로, 국제항공(20g 기준)은 미국의 경우 680원에서 740원으로 인상됐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공요금을 올릴 때는 ‘올린다’ ‘인상(引上)한다’는 등의 표현을 가급적이면 쓰지 않으려고 한다. 물가를 자극하고 서민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인상(印象)을 풍기기 때문일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번 조치를 ‘우편요금체계 개편’ ‘요금 현실화’ ‘요금 조정’이라고 발표했다. 언론은 이보다 독자가 알기 쉽게 ‘인상’이라고 보도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명박 정부가 ‘야간 불법집회’라고 주장했음에도 언론은 ‘촛불집회’라고 썼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딱 잘라 ‘인상’이라고만 단정하기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6kg 나가는 국내통상우편물을 부친다고 할 때 요금이 그 전에 1만4640원이던 것이 이제는 4870원으로 무려 9770원이나 싸진 것이다. 요금체계가 대폭 개편됐기 때문이다. 우편요금은 종별, 지역별, 중량별로 구간을 정해 무거운 구간으로 갈수록 요금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그간의 우편요금체계는 이 구간이 122개로 세분화돼 있었으나 이번에 31개로 단순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1kg을 초과하는 고중량 구간의 요금은 대폭 인하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우편요금체계가 개편된 것은 1985년 이후 28년 만이다. 그러니까 인상이라고 잘라 말하기보다 요금체계 ‘개편’, 요금 ‘조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엄밀히 말하자면 더 정확하다.
그렇다면 이번 요금체계 개편과 요금 조정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요금에 손을 댄 목적은 보편적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을 위한 재원 마련이다. 우편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물량 감소로 수입은 한계에 이른 반면 물가 인상 등으로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우편사업 경영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우편사업의 경영수지는 2009년 848억원, 2010년 528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1년 439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707억원 적자로 그 폭이 더 커졌다. 원가보상률도 2009년 95.5%, 2010년 94.1%, 2011년 91.5%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원가에 못 미치는 우편요금을 어느 정도는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우정사업본부가 주장해온 근거다.
28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우편시장 환경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3월 한·미 FTA 발효와 함께 350g을 초과하는 서신에 대해서는 국가 독점권이 깨져 민간과 경쟁하게 됐다. 주로 안부와 소식을 전하는 350g 이하의 서신은 급감했다. 독점권이 해제된 부분은 민간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독점권이 남아 있는 부분은 휴대폰 등 새로운 미디어에 기능을 대거 넘겨준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과 정면으로 경쟁하면서 수익 위주의 경영을 할 수 없는 것은 보편적 서비스라는 우정사업 고유의 사명 때문이다. 중량 우편물은 민간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량 우편물은 원가보상률을 높이는 쪽으로 우편요금체계를 바꾸고 요금을 조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다.
300원으로 오른 보통통상우편 요금은 국제 기준으로 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 1월 현재 미국 46센트(512원·지난 4월 기준, 이하 같음), 영국 50펜스(853원), 일본 80엔(896원), 독일 0.9유로(1308원) 등이다. 이번 우편요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업무 집중화와 프로세스 개선 등 경영혁신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며 “서신독점 관리를 강화하고 우체국택배·EMS 등 전략사업을 적극 육성해 향후 우편요금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겠다”고 말했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