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별정우체국, 반세기만의 변화
우체국은 설립주체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국가가 설립한 일반우체국과 민간이 세운 별정우체국이다. 국내 우체국 10곳 중 2곳이 별정우체국, 즉 민간이 우체국 청사와 그 밖의 시설을 갖추고 국가로부터 체신업무를 위탁받은 사설우체국이다. 업무는 일반 우체국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직원 신분 및 인사권에선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직무수행상의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및 회계 관계법상 국가공무원에 준한다. 현재 전국에 754개국이 있다.
별정우체국의 역사는 반세기를 훌쩍 넘는다. 1960년대 초 산업화의 시동은 걸었지만 국가재정이 말이 아니던 시절, 체신부가 열악한 재정을 보완하고 공공서비스 사각지대인 농어촌, 산간벽지에 보편적인 우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별정우체국이다. 정부는 1961년 8월 법령을 제정해 그해 1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설립 신청자를 모집하자 지역 유지나 재력가들이 앞 다퉈 몰려들었다. 경쟁률이 9대 1까지 치솟았다. 예상 밖의 호응 속에 1966년 말 843개 면에 별정우체국이 들어섰다. 체신인들의 꿈 ‘1면 1우체국’ 시대가 그렇게 열렸다.
별정우체국이 이룬 성과는 많다. 보통 2~3일 걸리던 우편배달이 1면 1우체국이 되면서 당일 배달제가 실현됐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지역사회의 각종 민원 해결 창구로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소외된 농어촌 지역에 우편·금융 창구 망을 확보함으로써 보편적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졌다.
정부는 별정우체국 도입 당시부터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 ‘당근’책을 썼다. 시설투자에 대한 대가로 사업권을 자녀나 배우자에게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66년 8월엔 별정우체국 사업자가 국장직을 수행할 수 없거나 승계가 어려운 경우 제3자에게 위임할 수 있는 ‘국장추천제’를 허용했다.
시대가 바뀌고 별정우체국에 대한 국가지원이 늘면서 50여년간 당연시되던 제도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특혜 논란이다. 별정우체국 직원의 처우가 공무원과 비슷해지고(1992년), 직원 인건비를 국가에서 모두 부담하고(1993년), 2000년 이후 타 직역과 연계한 연금제도 개선, 명예퇴직제 도입, 직원 채용방법 개선 등이 이뤄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급기야 ‘현대판 음서제’ ‘부의 세습’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
음서제가 어떤 제도인가. 고려와 조선의 문벌과 양반귀족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자자손손 세습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현대판 음서제라니. 당연히 별정우체국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일부 운영자들이 사업 승계권을 부의 상속 수단으로 악용하고, 국장 자리를 ‘딱지’처럼 거래하는가 하면 금품을 챙기는 일이 벌어지면서 폐지 여론이 힘을 얻었다. 민간이 시설투자를 한 것은 맞지만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모두 국가가 부담하고 직원들이 공무원에 준하는 보수와 연금을 보장받는 상황에서 ‘제도 유지’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갔다.
마침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와 관련된 ‘별정우체국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별정우체국의 운영권을 자녀나 배우자에게 승계해온 ‘지정승계권’과 ‘국장추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현재 별정우체국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 1회에 한해 승계를 허용하고 국장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되 추천 사유와 자격 요건을 강화해 이를 법령에 명시하기로 했다.
현재 별정우체국 수는 전체 우체국의 21.5%, 직원 수(3889명)는 11.1%를 차지한다. 올해 예산은 인건비 1670억원, 수수료 120억원, 법정부담금 등 296억원을 포함해 총 2086억원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제도에는 명암이 있다. 별정우체국도 마찬가지다. 보편적 서비스 측면에서 보면 누구보다 지역 사정에 밝고 주민들의 형편을 잘 아는 조직이 별정우체국이다. 폐해는 바로잡되 장점은 살려 지역 밀착형 서비스 기지로서 거듭나기 바란다.
<장정현 편집위원 jsalt@kyunghyang.com>
2014.08.19ㅣ주간경향 108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