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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장도급’ 규명…‘기업 간접고용’ 제동
“원청회사가 하청업체 노동자 실질 지휘땐 직접고용 봐야”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30명 소송’ 파기환송

원청회사가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자 구실을 했다면 이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장 도급’에 대한 일반적 기준을 제시한 첫 대법원 판결로, 조선·자동차 등 업계에 퍼져 있는 사내 하청, 외주 용역 같은 ‘간접 고용’의 남용·오용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사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 소속 신아무개(47)씨 등 30명이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종업원 지위 확인 청구소송에서 “직접 현대미포조선이 신씨 등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판결이 확정되면 신씨 등은 법률적으로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로 인정된다.

이번 판결은 위장 도급과 관련한 법률적 기준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은 위장 도급의 근거로 현대미포조선이 신씨 등에게 △채용·승진·징계에 관한 실질적 권한 △작업 과정에서 직접 지휘감독권 △임금 등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용인기업이 독자적 장비나 독립적 시설을 갖추지 못한 점을 들었다. 박수근 한양대 교수(법학)는 “뿌리 깊은 관행이었던 위장 도급 문제를 대법원이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도급·파견에 대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갖추는 등 고용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검찰이나 노동부는 원청회사와 하청업체의 도급계약 등을 중시해, 번번이 원청회사를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원청회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권한을 행사하는지에 따라 직접고용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하청업체 110여곳의 노동자 8천여명이 일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고용 형태가 현대미포조선과 비슷하다.

이번 판결은 장기 분쟁 중인 코스콤과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고속철도(KTX) 여성 승무원들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권두섭 변호사는 “이 사건들은 현대미포조선 사건과 쟁점이 같다”고 말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는 서울남부지법에 종업원 지위 확인 소송을 냈으며, 오는 18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회피하려는 간접고용 시도를 억제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제조업체에서 도급인지 근로관계인지 애매한 형식으로 이뤄지는 업무수행 방식에 대해 직접 근로관계가 인정되면, 임금·퇴직금 지급이나 단체협약 확대 적용 요구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위장 도급 여부는 각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며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을 엄격히 해 불법 파견을 막고, 외주화·하청·용역 전환 같은 간접고용의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재계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산업현장에 끼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병욱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개별 기업마다 고용구조가 다르므로 사안별로 살펴야 한다”며 “기업들이 도급관계를 맺는 구조를 없애자는 쪽으로 몰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출처 한겨레 최원형 이본영 최우성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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