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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삼성연구소장 “월가 대형 부실 대부분 드러나 … 위기 정점 찍었다”
4대 민간 경제 연구소 `미국발 금융 쇼크` 진단
“리먼 파산 시장서 감내할 수준 … 미국 정부 과감히 정리한 것”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소의 정구현 소장은 “사태의 정점에 왔다”는 시각을 보였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정점으로 봤다. 정 소장은 “미 재무부와 중앙은행(FRB)은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한 AIG와 달리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시장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그냥 놔뒀다”며 “이는 과감한 정리작업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시각과 정리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며 “나는 정리단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그는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종석 원장도 “리먼과 메릴린치라는 대형 금융기관까지 불 타 없어졌다”며 “웬만한 부실을 모두 공개한 만큼 지금부터는 정리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소장과 김 원장은 올 들어 모노라인(채권보증회사) 보증을 시작으로 베어스턴스 파산 사태와 양대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과 페니메이 긴급 수혈 등으로 이어져 온 일련의 사태가 리먼과 메릴린치라는 대어(大魚)의 부실 공개로 정점을 이미 찍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 소장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표 참조>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과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부실 규모가 파악될 때까지 터널 끝이 보인다고 논하기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김 원장은 “미국의 전체 주택시장 규모에 비춰볼 때 미 정부의 자금 수혈 규모가 미미한 편”이라며 “메릴린치의 경영권이 넘어간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동안 여진이 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LG경제연구원의 김 원장도 “부실 자산으로 만든 파생상품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가 다 끝날 때까지는 터널의 끝을 논할 수 없다”며 때이른 세계 금융시장 안정론을 경계했다.

4명의 경제연구소장은 국내 경기에 대해선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로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풀릴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 경기가 바닥을 통과하더라도 V자형의 급격한 회복세보다는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김 원장은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렵고, 여름께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에는 경기가 좋아진다기보다 세계 경기 안정을 전제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쪽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하반기보다 더 뒤가 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시각을 견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김 원장은 “국내 경기는 이제 하강 국면 초입이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가 나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수출이 좋아 버텼다. 그러나 하반기엔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이고 내수시장이 계속 어려워지면서 서비스·중소기업 부문이 어려워질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 소장은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국내 경기는 6월부터 악화돼 하반기에는 3%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정 소장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다소 풀릴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4명의 의견이 일치했다. 정부의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미국과 같은 부동산시장 붕괴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며 이로 인해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의 김 원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이름으로 대출을 많이 한 저축은행의 부실이 터져나올 수 있다”며 “그러나 저축은행에서 문제가 생기면 여력이 있는 은행권이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출처 중앙일보 이희성·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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