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미국 우편 배달에도 이런 구멍이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가 우체국 배달에 대한 자기 경험담을 ‘쿠리에 저널’이라는 인터넷 매체에 실었다.
“편지 부치는 일로 애 먹은 게 나 혼자만의 경험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도 많을까? 내 성질이 고약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엄청 열받아 있다.
얼마 전 나는 동네 우체국에서 배달증명우편으로 체크(수표)를 부쳤다. 자동차로 4시간 떨어진 곳으로 보낸 것인데 열여드레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우체국에 물어보면 “송달은 되었으나 도착하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만 답한다. 몇 달 전에는 자동차로 25분 떨어진 곳에 사는 내 친구에게 책을 한 권 보낸 적이 있다. 책은 한 달이 지나서야 도착했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 설명이 없었다. 내 귀에 들어온 소식은 우편 요금이 오른다는 것뿐이었다.
편지를 보내면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전달한다는 내용의 미국 만화(아래)와 우표(위).
공정하게 말하자면 나는 몇 년 전 우체국의 놀라운 이야기들을 취재한 바 있다. 예를 들면, 1994년 렉싱턴 우체국의 한 여직원이 어린이가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견했다. 이 편지에는 우표가 없는 것은 물론 우편번호와 거리 주소도 없이 꼬마 글씨로 ‘Grandma, Brookview Street, Sylvania, Ohio’라고만 쓰여 있었다. 우체국 직원은 이 편지에 찍힌 우체국 소인이 공군사관학교가 있는 콜로라도 스프링스 우체국이라는 데 주목했다. 퇴역 공군대령 부부가 브룩뷰 스트리트에 산다는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이 집을 찾아가 편지를 전해주자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의 우편물 분실 사건은 3년 전 내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내 우편함에 큰 봉투 하나가 배달돼 왔다. 겉봉만 보고 홍보물이라고 생각한 나는 몇 주일간 열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안에는 다른 사람에게 가는 비싼 연회장 입장권이 여러 장 들어 있었다. 봉투에 쓰인 주소와 우편번호가 내 주소와 전혀 다른데도 잘못 배달된 것이다. 또 한 번의 우체국 유령인 셈이다.”
비중 있는 언론에 비중 있게 다뤄진 칼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비교적 길게 소개한 이유는 세계 최대의 우편 강국인 미국의 우편 배달 서비스에도 이런 흠결이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편 배달망에선 가끔씩 믿을 수 없는 사건도 일어난다. 캔자스 주 오베를린 지역의 한 가정에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카드가 배달됐다. 산타클로스와 어린 소녀의 그림이 담긴 평범한 카드였지만, 수취인이 고인으로 돼 있어 살펴보니 1914년 12월에 발송한 게 100년 만에 도착한 것이었다. 고인의 가족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했지만, 우체국은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못했다.
영어로 편지를 스네일 메일(snail mail)이라고 한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전달된다는 뜻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그런데 편지가 배달되는 속도가 진짜 달팽이만큼 느리다는 주장도 있다.
폴란드의 정보기술(IT) 종사자인 마이칼 스지발스키라는 사람은 지난해 12월 속달로 보낸 우편물이 14일 만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화가 난 그는 우편물의 총 이동거리와 배달시간을 계산해봤다. 11.1㎞를 가는 데 292시간이 걸렸으니 시속 37.75m의 속도였다. 달팽이의 평균 이동거리는 시속 48m. ‘달팽이보다 느린 폴란드 우편배달’이라는 혹평이 쏟아졌고, 세계 우편업계의 화제가 됐다.
우리 배달 서비스는 어떤가. 편지 배달이 늦다는 불만의 소리가 신문 독자투고란에 실리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긴 하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의 우정청(USPS)은 배달증명 우편물을 이유 없이 분실해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다. 미국 내 74개 정부 조직 가운데 가장 신뢰받는 기관으로 4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의 고객 만족도는 9년 연속 1위. 단순 비교는 금물이겠지만 우편 배달 서비스만큼은 우리가 미국보다 한 수 위인 나라에서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