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정사업에도 기름값 불똥
자전저로 배달하는 독일 집배원. --->>
기름값 때문에 온 나라, 온 세계가 아우성이다. 화물 실은 자동차가 운행을 거부하고 고기잡이 배가 출어를 꺼려한다. 해운·항운이 타격을 입고 수출이 위협받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유가 상승세가 올해 말까지 지속되면 제3차 오일쇼크가 올 것이라고 진단할 정도다.
평소 지하철·버스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어쩌다 자동차를 몰고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가면 충격받기 딱 좋다. 2004년 11월에만 해도 ℓ당 980원 하던 경유값이 이달 들어 2000원을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서 110달러로 3배 올랐으니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고유가 시대에 적응해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일반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가 인상 때문에 끙끙대는 대표적 집단 중 하나가 우정이다. 어느 나라든 우정당국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 자동차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 전국에 우체국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여기에 드는 난방비까지 감안하면 기름값 인상은 경영수지를 위협하는 직격탄인 셈이다.
미국 우정청(USPS)은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운용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21만5000대를 굴리다 보니 매일 150만 갤런의 연료가 필요하다. 2007년 한 해 기름값만 17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썼다. 기름값이 1센트 오르면 USPS 부담은 연 800만 달러(약 80억 원)씩 늘어난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USPS 대책은 가히 눈물겹다.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선 기름 소비량이 많다는 점을 무기로 정유회사와 협상해 구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다. USPS 사용량의 20%가량을 벌크로 구매하고 있으니 여기서부터 충격을 흡수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론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방안이다. 먼저 집배원이 움직이는 배달 루트를 전면 재검검한다. 미국에선 매년 새로 배달해야 할 주소가 200만 개쯤 생긴다. 그러다 보니 배달 루트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낭비가 적지 않다. 이를 개선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현실에 적용해 보니 배달 동선(動線)이 12% 줄더라는 계산이 나왔다.
우편물을 단단하게 묶는 것도 중요하다. USPS 도나휴 부총재는 “트럭 4대에 싣던 것을 3대에 실으면 한 대분의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항공우편물의 경우 단단하게 묶으면 운송비를 더 많이 절감할 수 있다.
운전할 때 공회전, 좌회전을 하지 말라는 지침도 있다. 공회전 문제는 우리도 아는 얘기지만 좌회전 금지는 왜 나왔을까.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면서 공회전을 해 연료를 낭비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이는 민간 배달회사인 UPS에서 배워온 전략이다. UPS는 컴퓨터로 차가 오른쪽으로만 돌도록 운행 노선을 설정했더니 2007년 한 해에만 300만 갤런, 지금 가격으로 치면 1500만 달러(약 150억 원)를 절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 문명에는 어울리지 않는 원시적 방법도 거론된다. 예컨대 집배원이 자동차를 모는 대신 걷거나 버스를 타는 것이다. 차를 놀려서 절약할 수 있는 기름값이 도보로 근무하는 집배원에게 주는 초과근로수당보다 많다면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나 텍사스 같은 더운 지방에서는 자전거 배달도 검토하고 있다. 도나휴 부총재는 이를 두고 “차를 멀리하는 것은 환경적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 우정사업본부라고 해서 유가 비상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지난해 배럴당 65달러 하던 두바이 원유가 수직 상승해 지난 6월 12일 13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우본은 지난 3월 초 정경원 본부장의 특별 지시로 유가종합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이때 추정해보니 두바이 원유의 연중 평균 가격이 90달러일 때 274억 원, 130달러가 되면 49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중 평균 가격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으나 타격은 불가피한 것이다. 전성무 재정관리팀장은 “배달 작업의 프로세스를 개선해 차량 운행 자체를 줄이고 운행 중에는 공회전이나 급발진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연료비 절감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뉴스메이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