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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바뀐다] ② 혁신 드라이브 건 우정사업본부

일본 공공기관 개혁의 상징인 우정민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실현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각종 과제들이 발목을 잡히면서 이 문제 역시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다.

현재까지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제안된 공기업화 방안이 유일하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이 발표되는 다음달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직원 4만3000명의 공룡조직

우리나라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정부기관으로서 대부분 직원들이 공무원 신분이고 지출과 수입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관리된다.

우정본부가 공사화되면 공무원 숫자가 줄어 작은 정부를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공부문 합리화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로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2007년 기준 우정사업본부의 인력은 4만3270명이며 이중 일반직 1만571명, 기능직 2만1068명 등 3만1653명이 공무원이고 별정국 직원 4384명과 비정규직 7189명이 일하고 있는 거대 조직이다.

2007년 예산은 우편사업특별회계 3조384억원, 우체국예금특별회계 1조8872억원, 우체국 보험특별회계 5941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와 예산에도 불구하고 우편사업 수입은 2조4300억원, 지출 2조2857억원으로 수익은 1443억원, 금융사업은 수입 2조991억원, 지출 1조9914억원으로 1077억원 수익을 내는 정도다.

또 한가지 고민은 인터넷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우편물 이용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편물 이용현황은 2001년 50억5600만통에서 2002년 55억3700만통으로 늘면서 정점을 기록한 이후 47억∼50억통 내외에서 하락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자체적인 체질개선과 수익 창출 노력 없이 곧바로 공사화에 착수한다면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편 업무의 체질개선 노력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우정본부는 수년 전부터 경영혁신을 꾀해 왔다. 수익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실리경영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우정본부가 전담하고 있는 재판서류의 민사송달업무의 경우 그 동안 복잡한 수작업으로 진행돼 왔다.

특송우편물 송달과정은 접수→배달→송달통지서 작성→법원 배달 등에 걸친 15단계에 달했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일시에 다량 접수되는 특송우편물 접수정보를 짧은 기간에 입력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작업에만 최대 9일이 걸렸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에게 문서가 송달되는 것이 늦어졌고 민사재판이 지연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우편물류시스템과 법원송달시스템으로 이원화돼 있던 구조를 상호 연계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복잡한 수작업 중심의 업무 과정을 간소화했다.

시스템간 전용선 연결로 접수정보 및 배달정보를 실시간 전송했다. 복잡한 수작업 과정을 정보화해 기존 15단계를 4단계로 줄였다.

이로써 재판기일을 평균 3일 단축하는 성과를 거둬 신속한 재판 진행에 기여했다. 수작업 생략에 따라 인건비 25억1200만원, 재료비 8000만원이 절감됐다.

경영혁신의 절박감을 직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사무용 소모품 구매 비용 줄이기에도 적극 나섰다.

종전에는 전국 3700여 우체국이 각각 자체적으로 물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똑같은 구매 업무를 우체국 별로 따로 해야 될 뿐 아니라 구입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소액다품종 물품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다 보니 업무 투명성도 떨어지고 구매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우정본부는 정부부처 최초로 사무용 소모품 ‘구매위탁시스템’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물품 조달기간 및 구매업무 단계와 시간이 단축된 것은 물론이고 일괄구매에 따라 15% 내외의 할인효과로 연 7억원의 비용을 줄였다.

발주 소요시간은 7∼30일에서 2∼4일로 단축됐고 구매담당자의 업무부담도 줄었다.

이와 함께 우편 업무의 품질을 결정하는 신속성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신속 배달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익일 오전 도착하는 특급우편물에 대한 품질 향상은 절실했다.

기존에는 전국의 3689개 접수국에서 90개 배달국별로 우편물이 배달돼 일평균 약 9000개의 자루가 생산돼 업무량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익일 오전 특급우편물의 배달률은 84%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접수국에서 배달국을 거치지 않고 집중국으로 바로 보낼 수 있는 송달프로세스 체결방식을 도입, 일평균 우편물은 2141자루로 줄었다.

이로써 특급우편 익일 오전 배달률이 95%로 늘었고 국내특급우편 서비스 이용 증대도 490만통에서 525만통으로 증가했다.

배달 업무 간소화로 인한 인건비 및 부대비용 11억8400만원이 절감된 것은 물론 배달 품질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 것이다.

■금융 분야, 정부 조직의 한계

우정본부는 이 같은 우편업무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금융분야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우정본부는 2007년 예금자산 41조원, 보험자산 21조원 등 운용자금이 무려 62조원으로 투자시장의 거대 공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본부의 자산운용 실적은 미미하다.

국가기관이다 보니 자금조달에서 비용지출, 투자대상 선정, 수익배분 등 모든 운용 과정이 관련법에 따라 규제받기 때문이다.

공익성을 앞세우면 손실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투자에 있어서 자율성이 없어 수익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우정본부 금융사업의 양대 줄기인 예금과 보험은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각각 특별회계로 분류돼 정부 예산 차원의 세입과 세출로 관리된다.

우정본부의 예금자금은 금융기관 예탁, 재정자금 예탁, 유가증권 매입, 자금중개회사를 통한 금융기관 대여 등으로 제한돼 있다.

또 우체국금융은 대출사업을 할 수 없고 주식 투자 최대한도가 예금자산의 5%, 보험자산의 20%로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

보험상품 역시 종신보험이나 퇴직연금 등 장기상품을 내놓을 수 없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는 우체국금융이 변액보험, 퇴직연금보험, 손해보험 등에 진입하는 길을 막았다.

그러나 우정본부가 ‘안전성’만으로 그 존재 의미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를 의식한 우정본부는 자산 운용성과를 높이기 위해 최근 투자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현재까지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건전한 수익기반 구축을 제1의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소외층을 배려하고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우정본부의 책무에 비춰 공익성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 변수

집배원 중심으로 조직된 체신노조는 ‘우정민영화’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서 비롯된 이 표현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데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정본부는 민영화가 거론된 적은 없고 다만 공사화를 통한 단계적 접근법이 제안됐을 뿐이다.

그러나 노조는 공사화 역시 반대하고 있으며 역으로 독립 우정청을 원하고 있다. 지금처럼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으로 속해 있으면 예산이나 경영에서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경부, 기획재정부, 청와대 등 여러 단계의 결제 과정과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우정본부의 경영효율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한상만 노조 홍보국장은 “우정본부 종사자들은 공무원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열악한 근무여건을 참아왔다”며 “정부가 무리하게 공사화를 추진한다면 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khchoi@fnnews.com 최경환기자

■사진설명=우정사업본부가 공사화가 논의되는 등 민영화의 기로에 서 있다. 사진은 서울 충무로 1가 서울중앙우체국.(왼쪽) 우정사업본부는 접수국-배달국-집중국의 3중 체계에서 접수국-집중국 직결 체제를 도입하는 등 물류 간소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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