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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펠프스는 손으로 쓴 편지를 좋아해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다. 이번 대회에서만 금메달 8개, 통산 전적으로는 올림픽 1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으니 가히 살아 있는 신화라고 할 만하다. 올림픽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그런 펠프스에 미국인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펠프스의 일거수 일투족이 미국인의 관심사다. 말하고 입고 먹고 자는 것까지 펠프스의 모든 면이 뉴스거리다. 그가 350㎜의 거대한 발을 가졌고, 일반인보다 6배 더 먹는 대식가라는 점, 어렸을 때 행동장애를 앓았고 19살 때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벌금 250달러를 물고 남들 앞에서 반성하는 연설을 했다는 점 등이 전파를 타고 온 세계에 전해진다. 비자카드, 스피도 등 7개 기업의 후원을 받는 펠프스의 연 수입은 300만~500만 달러(50억 원) 정도.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광고 모델 요청이 쇄도해 수입이 2배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몸값이 비싸니 현실성은 없어 보이지만, 펠프스는 우정사업의 마케팅 모델로 적격이다. 그가 팬들과 교신할 때 손으로 쓴 편지로 하기 때문이다. 그의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www.michaelphelps.com)에는 이메일 주소가 나와 있지 않다. 대신 “펠프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라고 묻고는 “아래 주소로 옛날식(the old fashion way) 편지를 보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주소는 ‘PO Box 1734 Olney MD 20830-1734’, 메릴랜드 주 소도시인 올니 우체국의 사서함이다.

팬들에게 보내는 자필 사인도 우편을 이용한다. “사인(autograph)을 원하시면 우표가 붙은 반송 봉투를 넣어 우편물로 보내주세요. 최선을 다해 보내드릴 것입니다”라고 약속하고 있다. 이런 안내 문구 옆에는 우체국에서 찍은 소인이 사진으로 실려 있다. 손으로 쓰는 편지의 의미를 한껏 강조한 것이다.

우체국 소인은 펠프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그가 금메달 6개를 따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집에 돌아왔을 때 ‘펠프스티벌’(Phelpstival)이란 이름의 환영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때 우정청은 행사가 열리는 광장에 임시 우체국을 열고 시민들이 가져오는 우편물에 기념 소인을 찍어줬다. 펠프스가 우편을 사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도 이때다.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펠프스가 미 우정청(USPS)의 광고 모델로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그가 TV에 나와 “저는 손으로 쓰는 편지가 좋습니다. 우편을 사랑합니다”라는 식의 멘트를 날린다면 미국 내에 편지 쓰기 붐이 일어나지 않을까. 미국은 올 들어 편지와 같은 1종 우편물 물량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추세여서 우정청에 비상이 걸렸다. 따라서 ‘펠프스 효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올림픽이 우정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국내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최초의 근대 올림픽이 열리던 1896년, 아테네에는 우체국이 8개나 있을 정도로 우정이 발달해 우표 판매액으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역사적 배경이 그것이다. 당시 아테네는 우표를 7만5000종을 발행했는데 그중 1만 종이 올림픽 우표였다.

올림픽과 우표의 이런 특수관계 때문에 올림픽 개최국은 우표 전시회를 함께 준비하는 게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전통이 되었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동안 반드시 문화행사를 열도록 올림픽위원회 규정에 명시돼 있는데, 화폐 전시와 함께 우표 전시회가 그 중심 이벤트인 것이다. 이번에도 베이징 당국은 올림픽 엑스포(Olympic Expo)라는 문화행사를 베이징 전시센터에서 열었고, 각국의 올림픽 우표가 이 자리에서 선보였다.

베이징 올림픽 기념 우표를 발행한 나라는 세계 100개국이 넘는다. 개최국인 중국은 2005년 11월부터 시리즈로 발행하기 시작해 8종을 발행했고, 유엔우정도 6종을 발행했다. 우리나라도 체조선수를 모델로 한 기념 우표를 발행한 바 있다. 왜 체조일까. 스포츠의 미(美)를 나타내는 데 체조가 유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뿐 종목을 선정하는 데 원칙 같은 것은 없다는 게 이기석 우정사업본부 우표 디자인 실장의 설명이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2008 09/02   뉴스메이커 7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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