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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미 우체국의 특별한 추모 세리머니

 미국 매사추세츠주 동쪽 웹스터. 인구 16만 명의 작은 도시인 이곳에서 얼마 전 이색적인 차량 행렬이 펼쳐졌다. 오전 11시쯤 차량 100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로를 달린 것이다. 눈이 휘둥그레진 주민들은 ‘무슨 일일까’ 하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의미를 알아차렸다. 100대가 모두 우체국 차량인 데다 인근 묘지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숨진 이 지역 집배원 존 코코친스키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우체국 동료들의 애도행사인 것이다. 추모 세레머니.jpg

코코친스키는 이곳에서 태어나 학교를 마치고 집배원이 되어 32년간 이곳 우체국에서 근무한 60세 남자다. 지역 토박이고, 근무중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점을 빼면 여느 집배원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지역신문에 난 부음기사를 보아도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훈장을 받았다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수상 경력이나 봉사 실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동료들은 ‘100차량 콘보이’라는 특별한 작별 세리머니를 마련한 것이다.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차량 행렬을 본 한 주민은 “차량이 줄지어 내 집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감동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배원 노조는 “요즘 같은 경제적 압박 상황 속에서도 차량 100대를 쓸 수 있게 해준 우체국에 감사한다”면서 “코코친스키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체국으로서는 직원의 장례를 정성껏 치름으로써 직장 분위기를 따뜻하게 하고, 집배원의 존재가치를 지역에 알린 셈이다.

지난해 2월 캘리포니아주 플리산튼시에서 여성 집배원 아이린 마르케스가 63세의 나이로 명예퇴직할 때의 일이다. 그녀는 마지막 근무날 마지막 배달지인 골프장을 향해 모퉁이를 돌아 언덕에 올랐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명예로운 퇴직을 축하합니다” 이런 내용의 축하글이 담긴 풍선과 편지, 꽃다발이 길 양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주민들이 은퇴하는 집배원을 위해 깜짝 쇼를 마련한 것이다. 마르케스는 “15년 집배원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주민들에게 편지를 써서 알리기는 했는데, 이렇게 따뜻한 환송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며 감격해했다. 쇼를 준비한 로즈라는 주민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녀는 항상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했다”면서 “감사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두 사례는 미국에서도 흔히 있는 경우는 아니다. 은퇴하거나 순직한 직원에 대해 어떤 의식을 치러준다는 우정청 차원의 가이드라인도 없다. 전적으로 소속 우체국, 지역주민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다만 가까이 있던 한 사람을 떠나보낼 때 그가 그동안 흘린 땀의 의미를 존중하고 함께 새기려는 미국인들의 노력은 각별한 것 같다.

캔자스주의 위치타 이글이라는 인터넷 언론은 지난해 가을 은퇴하는 집배원의 마지막 배달 현장을 동행 취재해 그 동영상을 사이트에 올렸다. 집배원이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장면, 주민에게 “오늘이 마지막이다”라고 인사하고, 주민은 “그동안 고마웠다”고 답례하는 장면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것이다.

미 우체국 직원에게는 정년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은퇴하는 사람의 나이도 제각각이다. 70대도 있고, 80대도 있다. 지난 3월 시카고의 우체국차량 정비소에서 50년 근속표창을 받은 직원의 나이는 89세. 그런데도 “나는 일이 좋다”고 하니 언제 은퇴할지 모른다. 우정청의 최고령 직원은 캘리포니아주 산 버나디오의 체스터 리드라는 노인으로 94세로 알려져 있다.

우리 사회에는 은퇴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어느 직장에서도 나이 든 선배는 존경의 대상이 되기보다 밥 축내는 사람으로 후배들의 눈총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집배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미약하다. 오랫동안 내 집을, 우리 마을을 드나들던 집배원이 배달생활을 마감하는 데도 작별의 의식을 베풀어준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집배원을 포함해 우체국 정년퇴직자들은 1년에 두 번 있는 내부의 퇴임식에 참석하는 게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는 의식의 전부다. 이런 풍토에서 노령화 사회를 맞이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2008 09/30   위클리경향 7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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