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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우표 위기의 시대

아주 2008.10.30 22:08 조회 수 : 630

[우정이야기]우표 위기의 시대

 
우표를 구경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스스로 편지를 써서 부치는 일은 없고, 배달되는 우편물에는 우표 대신 요금별납 아니면 요금후납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1년 열두 달 우표 한 번 못 보고 지내는 가정도 있다. 새 우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애호가는 여전히 적지 않지만, 대부분 50대 이상이라는 사실이 문제다. 아이들은 책 속에서 그림으로 우표를 보았을 뿐 좀처럼 실물을 접할 기회가 없다. 이대로 가면 우표가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가히 우표의 위기 시대다.

과거 우체국을 가리켜 우표 팔아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금융 부문을 뺀 우편 부문만 해도 전체 수입에서 우표 판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우표는 우체국을 먹여살리는 수입원이 아니라 우편의 존재를 알리는 상징일 뿐이다.

사실 경제성으로만 따지면 우표는 발행하면 할수록 손해다. 우표 대신 요금별·후납을 사용하면 비용이 절약되고 업무도 간편하다. 그래서 전체 우편물의 75%가량이 요금별·후납으로 처리된다. 요금 증지도 많이 쓰인다. 우체국에 가서 고액 우편물을 부칠 때 우표를 달라고 각별히 요청하지 않으면 요금증지(스티커)를 내준다. 고액 우편물에 우표를 붙이려면 여러 장이 필요하지만 요금 증지는 한 장에 해결되기 때문에 창구 직원들이 요금 증지를 선호하는 것이다.

우표를 발행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적지 않다. 계획·도안·제작·인쇄비에 운반·보관·재고처리비까지 든다. 계산하기 어려운 다른 비용은 빼고 인쇄 원가만 따져도 보통우표가 평균 10원, 기념우표는 80원선이다. 편지는 배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법인데, 여기에 별도로 우표 제작비까지 들어가니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되도록 우표 발행량을 줄이려는 우정사업본부의 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표의 위기 상황은 통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해 발행한 기념우표는 26종에 4718만 장이다. 2003년 25종 6074만 장, 2002년 30종 1억1964만 장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보통우표는 더 심해 2002년 5억8400만 장에서 지난해 1억6300장으로 줄어들었다. 기념우표와 보통우표를 합한 전체 우표 발행량은 지난해 2억1000만 장. 2000년 6억7100만 장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반 가정에서 우표를 구경하기가 어려워진 게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특히 기념우표는 상당한 물량이 발행과 동시에 우표 수집가들 손으로 들어간다. 우표 수집가를 대상으로 한 통신 판매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기념우표의 발행 물량이 줄면서 통신 판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다.

우표 수집가들은 그렇게 매입한 우표를 편지 보내는 데 쓰지 않고 수집첩에 차곡차곡 보관한다. 우취인의 손에 소장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긴 하나, 우표의 존재 이유는 수집에 있는 게 아니라 왕래에 있다. 우편물의 요금을 납부했다는 증표로 사용하는 게 우표 본래의 역할이다. 실체 봉투, 즉 우표에 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 겉봉을 수집 품목 중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기념우표의 실체 봉투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보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우표를 팔아 번 돈은 834억 원이다. 우편 부문의 총 수입 2조3000억 원의 4%에 불과한 액수다. 하지만 우정사업에서 우표가 갖는 상징성은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근대 우정의 시발이요, 기본 바탕이 우표이기 때문이다. 우표는 또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세계의 모든 우표는 발행과 동시에 만국우편연합(UPU)에 보내고 UPU는 이를 받아 세계 각국에 다시 보낸다. 모든 국가의 모든 우표가 공유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우리 우표를 보내고 남의 우표를 받아 보관한다. 충남 천안에 있는 우정박물관이 11월 5일까지 세계 250여 개국 우표를 선보이는 세계우표특별전시회를 여는 것도 그래서 가능하다.

이렇게 의미 있는 우표를 우체국에서마저 기피한다면 눈앞의 편리를 좇아 우정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우표 사용을 촉진하고 우표 수집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한국우취연합의 제언을 우정사업본부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2008 11/04   위클리경향 7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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