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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온라인 우표 나온다

아주 2009.03.21 22:04 조회 수 : 639

[우정이야기]온라인 우표 나온다

 
물의를 빚은 미국의 온라인 우표들. 왼쪽부터 클린턴의 DNA가 묻은 르윈스키의 드레스, 차우셰스쿠, 밀로셰비치.

우리나라가 우표 발행에서 보수적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지난주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와 사뭇 다른 우표 이야기를 해보자.

주지하다시피 우표는 이 시대 대표적인 아날로그 상품이다. 18세기에 처음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만들기나 쓰임새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디지털 시대가 되어도 우표에 컴퓨터나 인터넷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신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준비 중인 온라인 우표가 그것이다.

온라인 우표는 문자 그대로 우표가 우체국에 있지 않고 온라인 상에 있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 우체국(www.epost.go.kr)에 접속해 지정된 우표 모양을 클릭, 출력한 다음 편지에 붙여 우편 발송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우표를 사러 우체국까지 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우정사업자는 종이우표를 발행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좋다. 프린트는 흑백이든 칼라든 상관없다. 위·변조를 방지하는 바코드가 온라인 상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인쇄물에 이 바코드만 제대로 찍혀 있으면 요금을 낸 것으로 간주한다. 요금 납부는 현재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소액결제 방식을 원용한다.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온라인 송금 등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종이우표와는 얼마나 같고 다를까. 현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니만큼 세목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다만 “보통 우표 크기에 우표 모양의 테두리를 기본으로 하고, 그 속에 담는 내용물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우정사업본부 이진섭 사무관은 설명한다. 우표 모양의 네모 속에 회사의 로고나 개인 사진 등을 집어넣을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한 걸음 진화한 나만의 우표가 된다. 현재 나만의 우표는 우정사업본부가 제공하는 우표 옆에 자유 이미지가 담긴 우표를 붙여 두 장을 쓰는 방식이어서 깔끔하지 않다. 이를 온라인 우표는 한 장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온라인 우표는 컴퓨터와 프린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실생활에서는 개인 구매보다 단체나 회사의 구매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한꺼번에 다량의 우편물을 보내는 곳에서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개 받는 사람의 주소를 엑셀 같은 파일로 관리하며 필요할 때 라벨지에 출력해 우편물에 붙인다. 그러니까 주소 스티커가 출력돼 나올 때 온라인 우표도 함께 새겨질 수 있도록 해야 실용적이다. 우본이 현재 연구 중인 방식이다.

온라인 우표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우체국으로선 인건비나 재료비를 절감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요금을 깎아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할인율을 얼마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종이우표보다 싸게 판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하다.

그럼 언제쯤 이용할 수 있을까.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려 내년 초에나 시행 가능하다는 게 우본의 설명이다.

이런 우표를 우리가 처음 생각해낸 것은 물론 아니다. 미국은 11년 전인 1998년 온라인 우표를 시중에 내놓았다. 미 우정의 승인을 받은 E스탬프사에서 E스탬프란 이름의 온라인 우표를 발행했으나 닷컴버블이 깨지면서 회사가 망해버렸다. 그러자 이들의 도메인과 특허권을 2001년 스탬프스닷컴(Stamps.com)에서 사들였고, 2004년부터는 포토스탬프란 이름의 서비스를 통해 자기 사진이나 그래픽을 온라인 우표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한 장짜리 나만의 우표를 제공한 것이다.

온라인 우표는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이미지를 손쉽게 업로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지만 한편으로 위험한 부분도 있다. 미국의 스모킹 건(Smoking Gun)이란 웹사이트가 차우셰스쿠나 밀로셰비치 같은 독재자·범죄자의 얼굴을 제공해 논란을 부른 게 그 예다. 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추문이 한창일 때 ‘클린턴의 DNA가 묻은 모니카 르윈스키의 드레스’라고 제목을 단 온라인 우표를 제공해 말썽을 빚었다. 이후 미 우정은 온라인 우표에서도 세계 지도자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등 몇 가지 제한 규정을 마련해 지금껏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우표는 아이디어부터 제작, 영업까지 모두 민간에서 맡고 우정당국은 승인만 해준다. 우리는 우본에서 직접 사업에 나선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우체국 인터넷 시스템이 또 한 번 힘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2009 03/24   위클리경향 8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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