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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한·미의 고객 감동 집배원

 
미 시애틀의 집배원 권종상씨(왼쪽)와 올해의 고객 감동 집배원 최명신씨.+>>

한국과 미국의 두 집배원이 비슷한 시기 매스컴을 탔다. 미 시애틀의 우체부 권종상(40·영어명 조셉)씨가 얼마 전 KBS TV의 지구촌 네트워크 한국인 편에 소개된 데 이어 대전 둔산우체국의 집배원 최명신(42)씨가 우정사업본부가 선정한 올해의 고객 감동 집배원으로 선발돼 신문에 보도된 것이다. 권·최씨 모두 40대 초반의 나이지만 고객에 감동을 주고 지역 사회에 헌신하는 집배원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점에서 똑같이 돋보인다.

미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는 한국인은 권씨 외에도 많다. 그러나 미국 집배원 생활이 국내 TV에 이번처럼 상세히 소개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집배원이 아니어도 미국에 이민 간 한국인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 만하다.

KBS 제작진은 현지에서 사흘간 머물며 권씨를 밀착 취재했다고 한다. 그래서 권씨가 근무하는 시애틀 브로드웨이 우체국의 내부 모습과 동료 집배원들의 근무 광경, 우편물 분류 및 배달 과정 등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속속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방송에 비친 권씨는 미 우정청(USPS)의 푸른 색 유니폼을 입은 집배원이 틀림없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집배원 이상의 존재다. 어떤 이는 그를 특별한 사람(special person)이라 부르고 또 다른 이는 그를 천사(angel)라 부른다. 그가 여느 집배원과 달리 우편물을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은 감사해한다. 여느 집배원은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로운 노인에게 말벗이 돼주고 장애인 할머니가 외출할 때 길 안내를 해주기도 하니 주민들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거리에서 제작진과 마주친 주민들은 “우리는 조셉의 휴가가 언제인지도 다 안다”며 권씨를 칭송한다.

지난 연말 권씨는 주민들의 파티에 초청받아 감사카드와 선물을 한아름 받았다. 권씨가 이에 답례하는 뜻에서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한국 과자와 액세서리를 동네 주민들에게 선물로 건네는 장면도 인상 깊다. 한 할머니 집을 찾아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저의 밸런타인 데이 연인이 되어주시겠어요?”라고 하자 할머니가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다. 일일이 대화를 나눌 수 없을 땐 우편함에 선물을 놓아두기도 했는데, 어떤 우편함에선 주민이 권씨를 위해 놓아둔 초콜릿이 발견되기도 했다. 동네 주민들은 “우리는 조셉 덕분에 한국을 알게 됐다. 한국 음식인 김치·비빔밥을 좋아하게 됐고 언젠가 한국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인 우체부의 친절함에 감동받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서도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민간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권씨는 “내가 주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을 때 나 스스로 성공한 이민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해했다. 권씨 이야기는 ‘안녕하세요? 권종상입니다’란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면 다시 볼 수 있다.

둔산우체국 최씨는 마술사 집배원로 유명하다. 마술을 정식으로 배워 3년 전 자격증을 땄고, 웃음치료사 과정까지 마쳐 ‘웃음의 마술사’로 통한다. 사랑이 필요한 보육원 어린이나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가 웃음으로 병을 치료하고 마술로 즐거움을 제공한다. 쉬는 토요일을 이용해 봉사갈 때면 학용품이나 과자, 떡 같은 선물을 준비해야 해 개인 돈 30만~40만 원을 쓴다고 한다. 그래도 고객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봉사를 그만둘 수 없다고 최씨는 말한다. 오히려 마술 연습을 더 많이 하게 돼 요즘엔 불꽃을 장미로 바꾸는 장미마술, 돈을 만들어내는 지폐마술 등 30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작은 꽃밭에 꽃씨를 심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저의 작은 재주에 고객들이 감동받는다고 하니 뿌듯합니다.”
우연히 같은 시기 나온 한·미 두 집배원 이야기는 볼수록 감동적이다. 이런 이들이 있어 우체국이 빛나고 한국이 빛나고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이종탁<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2009 03/31   위클리경향 8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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