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사랑을 배달합니다”
복지시설 지원 … 바다 빠진 어린이 구하고 화재 막아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하거나, 몹시 그립다면 요즘은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보낸다. 그마저 답답해 바로 소식을 접하고 싶다면 휴대폰 버튼을 누른다.
불과 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편지의 역할이었다. 빨라지는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빨간 우체통이 추억으로 사라져 가는 것.
매년 49억통에 이르는 우편접수물량 중 과거처럼 손으로 직접 쓴 편지는 8~10%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사랑을 전하는 우체국 집배원들은 여전히 우리들 곁에 있다. 특히 십수년간 복지시설을 도와온 사람, 바다에 빠진 어린이를 구한 이, 건물화재 초기 진화로 대형화재를 막은 아저씨, 마술쇼로 소외이웃에 웃음을 전하는 젊은 오빠는 모두 우체국 집배원의 모습이다.
◆마술쇼로 소외이웃에 웃음 선사 = 경기도 광명우체국에 근무하는 이병호(41) 집배원은 우체국 직원들에게 컵라면을 판매하고, 그 이익금으로 13년간 복지시설을 후원하고 있다. 제때 식사를 못하는 동료 집배원들의 끼니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후원활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이 집배원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광명우체국도 연말연시나 명절 때 생활필수품을 후원하는 등 사랑나누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 집배원은 “칭찬은 열심히 라면을 사먹는 동료들이 받아야 한다”고 겸손해했다.
군 제대 후 1992년부터 17년째 배달업무를 해온 대전 둔산우체국 소속 최명신(42) 집배원은 웃음 넘치는 마술로 이웃과 고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보육원과 양로원을 찾아가 마술공연을 할 때면 박봉의 월급까지 쪼개 과자, 음료수, 선물도 준비해 ‘웃음 치료사’로 통한다.
그는 최근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고객감동 집배원 대상’에서 최고상은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북체신청 산하 달서우체국에 근무하는 장대근(36)씨는 우편배달 업무를 하면서도 대덕병원의 환자와 자매결연을 맺어 각종 도움을 주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찾아 말동무는 물론 생필품을 전달하고, 시각장애인 등산도우미 등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폭행범 격투 끝에 붙잡아 = 광주 광산우체국의 김영철(35) 집배원은 엄마와 산책을 나왔다 물에 빠진 세 살짜리 어린아이를 발견, 7m의 깊은 수심도 아랑 곳 않고 옷을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들어 생명을 건졌다.
임실 오수우체국의 박신성(32) 집배원도 오토바이 사고로 골짜기에 떨어져 중퇴에 빠진 80대 할아버지를 배달 중 발견, 신속한 구조활동으로 목숨을 구했다.
부산 해운대 한 재래시장 인근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던 신준호(35) 집배원은 미성년자 강간범을 격투 끝에 붙잡았다.
양평에 있는 강상우체국 차범돈 국장은 직원들의 배달물량이 많다는 것을 알고, 직접 택배배달에 나섰다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보건소로 옮겨 위기를 넘겼다.
춘천우체국의 반종명(41) 집배원은 배달 도중 한 액자회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보고, 즉시 119에 화재신고를 하는 한편 초기진화에 힘써 대형화재를 막았다.
-출처 내일신문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