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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우정선진화, 한국형 모델 찾기

 
미국 모델이냐, 독일 모델이냐.’우정선진화.jpg
우정전문가들의 연구단체인 선진우정포럼이 얼마 전 ‘우정사업의 위기극복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을 때 나온 화두다. 우리나라 우정사업이 지향해야 할 두 갈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두 모델을 제시한 사람은 계명대 윤영진 교수다. 윤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우정사업의 경영 전략을 보편적 서비스 제공에 역점을 두는 미국 모델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는 독일 모델로 구분하고, “우리는 이 두 모델을 혼합한 절충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두 모델은 어떻게 다른가. 미국의 우정청(USPS)은 우편사업 본연의 업무인 보편적 서비스 제공에 전념하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반면 독일 우정(DPWN)은 택배업체 DHL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조직 확장에 주력한다. 미국은 공공서비스 개념이, 독일은 성장 추구 성격이 강하다. 윤 교수의 의견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경영 전략을 세우라는 것이다.

말인 즉슨 맞는 얘기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실행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독일은 우정사업이 완전한 민간기업 형태로 이뤄지는 세계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우리와는 사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와 비슷한 나라는 미국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CED) 국가 중 우편사업을 국가가 직접 수행하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 우정은 최근 몇 년 사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골치를 앓고 있다.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갖가지 경비절감 방안이 강구되고 있으나 보편적 서비스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 막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예를 보자. USPS의 존 포터 청장은 얼마 전 미 의회에 출석해 주 6일 배달하도록 된 법 규정을 주 5일로 고쳐줄 것을 요청했다. 토요일 배달 의무가 없어지면 연간 35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USPS의 계산이다. 이 조치 하나만으로도 지난 한 해의 적자 규모(28억 달러)를 단박에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5일근무제 도입과 함께 우편 배달도 주 5일로 줄어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미국은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보편적 서비스라는 명분 때문에 토요 배달 폐지를 선뜻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데, 우리는 이렇다 할 사회적 논의 과정도 없이 일찌감치 폐지해버린 것이다. 우정사업본부가 11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위기가 현실로 닥쳤을 때 미국 모델에서 벤치마킹을 할 여유가 그만큼 없어진 셈이다.

최근 USPS가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우편물 마케팅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USPS는 올 7월 1~9월 30일 우편물 비수기를 맞아 ‘여름세일’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중 광고 우편물(Standard mail)을 100만 통 이상 발송하는 업체에 대해 요금의 30%를 리베이트 방식으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우편물에 세일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USPS로서는 가히 파격적 발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런 식의 마케팅을 해오고 있다. 다량 우편물, 광고 우편물에 대해 상시적으로 깎아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없는 것은 할인폭을 계절에 따라 30%까지 늘릴 수 있는 탄력성일 뿐이다.

정작 미국 모델에 있으나 우리에게 없는 것은 요금 책정권이다. 미국 USPS는 우편규제위원회(PRC) 승인만 받으면 요금 인상을 할 수 있는 제한적 자율권이 있다. 그래서 2006년 39센트던 보통우편요금을 2007년 5월 41센트, 08년 42센트, 올 5월에는 44센트로 올렸다. 만약 우리 우편요금이 이처럼 매년 인상된다면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부를 것이다. 윤 교수는 “요금상한제를 도입해 상한선 범위 내에서 가격을 상품별로 차별화해 수익 증대를 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체국 금융 발전 전략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한 중앙대 전선애 교수는 우편과 금융을 통합 운용하는 데 따라 발생하는 한 해 최고 5조 원가량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면서 “우정금융상품의 다양성을 높이고 전문 조직을 확충하는 등 역량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 모델도, 독일 모델도 아닌 한국 모델이라는 얘기다.

이종탁 <출판국 기획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2009 05/26   위클리경향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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