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 북극 ‘산타편지’ 올해도 OK
미국 알래스카에서 산타복장을 한 자원봉사자가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린이들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는 무슨 선물을 가져다 주실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다를 수가 없다.
미국의 적극적인 아이들은 그냥 기다리지 않고 편지를 쓴다. “북극에 계신 산타 할아버지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내면 놀랍게도 크리스마스에 임박해 산타 할아버지의 답장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편지를 보내야 할 곳의 주소는 Santa Claus, P.O.Box 56799, North Pole, Alaska 99705, USA다. 그러나 ‘북극(North Pole)’이라고만 써도 큰 문제가 없다. 머리가 좀 굵은 아이라면 “정확한 주소를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편지가 전달되지?”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대부분은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아시니까” 하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산타에 대한 동화속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편지 송·수신의 비밀은 우체국에 있다. 미국의 우체국은 아이들이 부친 편지를 수거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쪽의 작은 마을 노스폴(North Pole)로 보낸다. 이곳은 북극에서 2700㎞나 떨어져 있지만 지명(地名) 때문에 산타 마을이 된 곳이다. 이 마을의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의 편지를 뜯어서 읽어보고 ‘산타 요정’ 명의로 답장을 쓴다. 그런 뒤 편지 겉봉에 ‘산타우체국’ 소인을 찍어서 보내온 아이의 주소로 다시 배달해 주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 우정청이 1954년 이후 계속돼 온 이 편지 배달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혀 한동안 난리가 났다. 우정청은 답장을 써 주는 자원봉사자 가운데 한 사람이 등록된 성범죄자로 밝혀졌다는 사실을 중단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산타의 답장을 받으려면 보내는 어린이의 이름과 주소가 정확히 적혀 있어야 하는데 범죄자의 손에 이런 개인정보가 들어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충정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의 동심(童心)을 깡끄리 짓밟아서야 되겠느냐는 반론이다. 특히 산타 이미지가 없어지면 도시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노스폴 주민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노스폴의 더그 아이작슨 시장은 “우정청의 편지배달 중단 정책은 도시의 정체성이 크리스마스에 있는 노스폴에 편자를 박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알래스카주 출신 정치인들도 우정청장에게 편지를 보내 재고를 요청했다.
사태는 우정청이 정치권과 주민의 요구를 수용해 편지 배달을 계속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우정청은 어린이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문제를 보안코드 도입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편지에 적힌 주소 정보를 우체국만이 알 수 있는 컴퓨터 코드로 바꿔서 답장 쓰는 자원봉사자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모든 편지의 주소를 일일이 다 코드로 처리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보다는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알래스카의 산타도 세계 어린이에게 개방돼 있긴 하지만 이용자는 대부분 미국인이다. 다른 나라 어린이들은 핀란드의 산타우체국을 주로 이용한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720㎞ 떨어진 로바니에미 근처 나파피리의 산타빌리지가 그곳이다. 영어로 Santa Claus Main Post Office, Santa Village Fin-96930 Napapiiri라고 주소를 써서 보내면 컴퓨터가 자동 번역하거나 아르바이트생들이 번역해 답장을 보내 준다.
올해 우정사업본부는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이 핀란드 산타 편지를 보내 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 명동의 포스트타워 내 우표체험관 우표문화누리에서 ‘우표가 들려주는 지구촌 크리스마스 이야기’ 기획전을 열고 여기에 온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산타 할아버지에게 쓰는 편지를 받아 핀란드 산타우체국에 국제우편으로 보내는 것이다. 지금 보내면 핀란드 산타우체국 소인이 찍힌 답장을 내년 3월쯤 받아볼 수 있다. 전시장 입장 및 편지발송 모두 무료다.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jtlee@kyunghyang.com>
-출처 2009 12/15 위클리경향 85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