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제야 술 한잔 올립니다” 하염없이 눈물29년 만에 첫 성묘 지체장애인 이윤호씨
자원봉사자 도움으로 삶의 희망 찾아
◇지체장애 1급인 이윤호(47)씨가 1일 경기 파주 금촌의 부친 묘를 찾아 이흥배(39)씨의 도움으로 술잔을 올리고 있다.
파주=이귀전 기자
“윤호형, 찾았어! 찾았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경기 파주시 금촌의 한 공동묘지. 아버지 묘를 찾았다는 이흥배(39)씨의 말에 휠체어에 타고 있던 이윤호(47·지체장애 1급)씨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웃음도 잠시. 묘비에서 아버지 이름을 확인한 윤호씨는 왈칵 눈물만 쏟아냈다. 1980년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29년 만에 처음으로 묘소를 찾은 윤호씨다.
윤호씨는 “생전에 ‘네가 몸이 불편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온다. 열심히 살아라’는 아버지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고 어렵게 말을 꺼낸 뒤 술잔을 올렸다.
윤호씨에게 흥배씨는 더도 없는 든든한 동생이자 친구다. 윤호씨는 흥배씨 도움으로 29년 만에 ‘불효의 빚’을 조금이나마 씻게 됐다.
흥배씨가 윤호씨를 만난 건 1998년 자원봉사차 경기 고양시 삼송동에 있는 한 장애인 시설을 방문하면서. 다른 지체장애인보다 상태가 좋지 않아 혼자 거동조차 하지 못하는 윤호씨는 당시 7차례나 자살을 시도했었다.
얘기를 전해들은 흥배씨가 다짜고짜 윤호씨에게 제주도로 놀러가자고 제안했다. 윤호씨는 당돌한 제안에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흥배씨는 며칠 후 윤호씨를 떼밀다시피 하여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
흥배씨의 열정은 삶을 포기하다시피 한 윤호씨의 마음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한 글자씩 새겨줬다. 윤호씨가 김포의 장애인시설로 옮긴 후에도 흥배씨는 꾸준히 윤호씨 등 장애인을 데리고 나들이를 나섰다. 흥배씨는 아예 2004년부터 600만원을 들여 서울 은평구 수색동 자기 집 근처에 전셋집을 마련해 윤호씨와 장애인 4명을 데려다가 보살폈다.
하지만 윤호씨는 명절 때마다 외로워했다. 다른 장애인은 부모 묘소에 다녀오는데 자신은 산소 위치조차 몰랐다. 흥배씨는 파주 금촌에 있다는 윤호씨의 기억만을 근거로 금촌 일대 공동묘지를 수소문한 끝에 묘소를 찾아냈다.
흥배씨라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낮에는 화물배달일, 저녁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장애인을 위해 한없이 베풀고 있다. 흥배씨는 “힘든 가운데서도 세상을 돌아다니며 웃는 그들을 볼 때 내가 더 행복해진다”며 환하게 웃었다.
-출처 세계일보 파주=이귀전 기자







